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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빛 Sep 25. 2023

커피 맛을 모르는 동지

모양의 위로 03



비엔나 커피가 유명하다는 커피점에서, 커피 본연의 맛을 느껴야 한다는 커피 전문가 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핸드 드롭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에디오피아 하라와 콰테말라.


"어때?"

지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요.

"음.. 커피 맛이네."

물을 타서 마시면 또다른 맛을 음미할 수 있다네요.

"어때?"

또 눈을 반짝이며 물어요.

"음.. 커피에 물 탄 맛이네."

커피에 대한 심오한 대화가 오고가는 현장입니다.


커피만 마시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증상으로 평생 마신 커피는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이제는 건강해져서 마셔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하네 상쾌하지 않더라고요. 커피 카페인과는 친하게 지낼 팔자는 아닌가 봅니다. 커피를 못(안) 마셔서 커피 미각을 잃었다는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은 커피 맛을 모릅니다.


종류대로 마음껏 마시시오. 몇번 홀짝하고는 지인에게 커피잔을 넘겼어요. 커피잔이 떠자자 그 아래 동그란 커피잔이 얼굴을 내미네요.



안녕, 동지

나도 커피 마셔본 적 없어.

커피는 항상 잔이 다 마시거든.

가끔 넘치는 커피를 홀짝 한모금 한 적은 있지만 

심장이 울렁울렁

얼룩만 생겼지 뭐야.

커피 맛 몰라도 사는 맛은 알지.



커피 집에 살면서 커피 맛을 모르는 동그란 동지와 인사를 나누어요. 커피 맛을 몰라도 사는 맛을 알지요. 첫맛은 씁쓰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며들어 깊이 자리잡는 맛. 그 맛은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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