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Oct 19. 2016

경영계획의 순서

다시 고칠 계획을 만들지 않도록

경영 계획을 세우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이야기를 브런치를 통해 몇 번 했습니다. 이런 무능이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다루었었는데 이번에는 전략 프로세스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make break make' 하는 경우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경영계획은 작성 시즌에 두 번 이상 수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세스 전체를 다시 한다든지 일부 부분부터 도돌이표로 수정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부의 신뢰관계가 파괴된 것이 원인입니다. 몇 주 이상을 계획 세우는 것만 하고 주기적, 비주기적으로 수정 하다가 일 년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만 돌리면 되는 경영 계획 프로세스는 이렇게 하는 게 무난합니다.


1. 비전 셋업

기업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개략적으로 기술합니다. 짧을수록 명확하고 너무 구체적인 방법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도 바뀌기에 수단에 대한 정의보다는 업의 규정을 명확히 합니다.


2. 기본적 인적구성

스타트업에서 기본적으로 개발자와 기획자를 채용하는 거 같이 필수적인 인재는 계획 수립 전에 만들어 놓습니다. 기업의 비전에 적합한 인재를 뽑습니다. 비전에 공감하고 비전을 달성할 역량이 있는 사람말이죠.


3. 단기 아젠다 수립

시장의 동향과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기술적 발전속도를 고려해서 내년까지 혹은 이번 분기에 할 목표를 세웁니다. 큰 이니셔티브로써 구체적인 전략적 방향과 준비해야 할 것을 구성원들이 논의한 후 세부적인 프로세스들을 정리해서 달성할 실체의 밑그림을 그립니다.


4. 가용 자원 확인

채용을 예상한 인재, 투자와 지출을 고려한 자금 등 인적자산 및 물적자산에 대한 경영계획 시작 시점과 기간 중 주요 시점, 완료 시점의 자원 상태를 추산합니다. 자원을 토대로 무리한 목표가 아닌 달성 가능한 목표의 절대값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외부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미리 가정하는 게 쓸모있는 계획이 되는데 도움이 됩니다.


5. 팀단위 목표

조직 전체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와 자원의 추정이 이루어지면 팀단위의 KPI와 세부 과제들을 정리합니다. 전체 조직의 아젠다와 맞으면서 사업 세부의 흐름을 반영하여 책임과 권한을 정리합니다. 팀이 수립한 목표에 대한 합의는 단 번에 논의하고 기간 중 재론해서 팀을 흔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6. 개인단위 목표

팀의 목표가 정리되면 세부과제들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 정리합니다. 투입되는 비용과 기간, 결과물의 형태와 기술적 목표를 정리하는데 공을 들여야합니다. 이 부분을 얼렁뚱땅 넘어가면 나중에 일을해도 개인과 팀 사이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팀장은 팀원 경력의 연속성과 장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통해 확정합니다.


7. 역량 확보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자원이 내부에 이미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계획을 하면서 정리한 필요 역량 - 자금, 인재, 인프라 등에 대해 최단 시점에 경영진은 충당해서 계획한 이니셔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8. 모니터링

남은 것은 계획에 따라 자원이 투여되고 있는지, 세부 해결과제들이 질적으로 적합한 상황에서 기간을 준수하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는 지원과 평가의 관점에서 실무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효과가 높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경영 계획 프로세스를 나열한 이유는 고지식하고 루틴해 보이는 순서를 지키지 않을 때 부작용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경영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서 대응해야 하는 시간에 시작도 하기 전에 계획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대기업병'이라고 불리는 보고 만능주의와 비슷한 계획 만능주의입니다. 혹시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래 사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경영계획 프로세스에 대한 약속에 대해 회사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례1. 직원목표 셋업 후 아젠다 수정

직원들의 목표까지 합의가 끝나고 이제 일을 시작하면 되는 상황에서 다시 팀 아젠다부터 수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팀에서 먼저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보고해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전사적으로 다시 부르는 것이죠. 처음 보고할 때는 대강 보고 그렇게 하라고 해 놓고 아젠다가 맞느냐부터 흔들어대는 겁니다. 원인은 전사 기획부서의 늑장에 있습니다. 세부 팀단위에서 내년 계획을 고민하기 전에 일정과 방향에 대해 미리 가이드를 해야 프로세스를 두 번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 목표까지 다 셋업한 상황에서 팀 아젠다를 흔들면 이후 단계를 모두 다시 해야 합니다. 일할 팀원들은 다시 계획을 짜느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거칠지만 해보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떨까요? 어차피 실무자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은 그 짧은 수정기간 동안 달라질 게 많이 없을텐데 말이죠. 보고서를 예쁘게 통일하는 시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례2. 늦은 조직개편으로 계획 무산

계획을 짜기 전에 기본적인 조직 개편을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계획 짜기 전에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평가를 통해 조직을 재배치 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계획을 바뀔 사람이 짜는 경우가 많이 벌어집니다. 인사 체계와 기획 체계가 서로 단절될 경우 발생합니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거나 사이가 좋지 않아 회사 지원 조직이 따로 놀아서 현장에 무리를 주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차피 마음이 없는 팀장이나 실무자가 고민해서 방향을 정하지 않습니다. 기껏 일할 사람 붙잡고 짠 계획을 사람이 바뀌면 다시 작업해야 합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하는지는 다시 이루어지는 조직 개편의 폭에 달려 있습니다. 보고 문화도 심각한데 회사 내 백 오피스마저 단절되어 있다면 경영자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사례3. 역량 충원 없는 모니터링

계획을 세울 때는 계획을 짤 때 실무자가 원하는 것을 다 해줄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인프라가 필요하면 최고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인프라 확보를, 기술자가 필요하면 해당 분야의 연구원을 경력 채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경영 계획을 짜는 시즌이 끝나면 이런 말을 기억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는 리더와 백오피스가 있습니다. 막상 해보니 맞추기 어려운 것이죠. 이럴 경우라도 진행되고 있는 솔직한 내용을 실무자와 이야기를 하면 실무자는 plan_B 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끄러우니까 불통으로 일관하면 서로 세부 과제를 손 놓고 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역량에 대한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무관심은 있는 역량마저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례4. 무리한 목표의 하달

내년에 아무리 좋은 시장 상황이라고 가정해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10억인데 15억치 재고가 있어야 달성할 수 있는 매출을 목표로 잡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서 중간관리자가 무리한 목표를 잡는 것입니다. 실무자는 팀장이 짠 계획을 지키려면 회사 통장으로 돈이라도 부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영계획 작성 과정에서 가용 자원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모두가 이것을 함께 보고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자원은 유한하다는 경제학적 기본 가정이 이 기업에는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사례5. 비슷한 아젠다의 재생산

매년 비슷한 세부 과제들이 도출됩니다. 보고서의 레이아웃이나 단어 선택이 조금 다를 뿐 할 일이 달라지지 않은 계획이 나옵니다. 이런 사업은 사실 전사적인 비전의 결여에 원인이 있습니다. 전사적인 비전이 뚜렷하면 이에 맞춰서 아젠다의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팀 단위의 각개전투가 벌어지면 중간관리자는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헤드쿼터에서 하위 조직을 남으로 생각하고 '관리'만 하려고 하면 비전은 사라지고 실무자는 쪼임을 당하는 무서운 환경이 벌어집니다. 사실 더 위의 비전이 없으니 주장할 수 있는 사업적 차별화 요소가 막연해지는 것이죠. 임원들이 헤드쿼터에 있으면서 밥값을 못하면 머리 잘린 경영계획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순서를 병행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모니터링 하면서 역량 확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프로세스는 그 순서를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생각보다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 방향으로 눕는 것이 많은 중간관리자들이나 백오피스의 특징입니다. 자주 나오는 이야기에 감성적으로 반응합니다. 특히 최고위층이 하는 이야기들 말이죠. 이런 상황이라도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일 또 하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 수정에 애꿎은 직원들을 혹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이전 19화 경영계획, 디자인이 아닌 엔지니어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