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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Feb 18. 2016

전략기획은 뭐하는 부서냐

과업은 스스로 정하는 거라면서요?

전략기획을 이것저것 다 모아서 6년째 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늘 고민은 하고 살아가죠.


"전략기획은 뭐하는 직무냐"


하도 답답해서 누가 찾아보라고 하지 않아도 1년차부터 각종 블로그, 타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직무소개, 직무 사전 등등 안 찾아본 곳 없이 많이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재밌더군요. '기획'이라는 거 혹은 '마케팅'이라는 이름 뒤에 회사마다 하는 일이 많이 차이 난다는 거. 영업이나 생산은 생각보다 다양성이 덜한데,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제가 일하는 '전략기획'이란 것은 참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심지어 경력자 채용 사이트에서도 말이죠.


[담당업무]

- 비전 및 방침관리(중장기 계획)

  * 경영환경 및 시장환경 분석, 타사 벤치마킹, 시장조사(컨설팅)

  * 중장기 목표 설정(매출/손익), 전략과제 및 실행계획 관리 등

- 시장조사 업무

  * 전후방 시장 조사(수급현황, 유통구조, 용도, 원가구조 등)

  *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영향 보고 (FTA, 원재료 변동 등)

[자격사항]

- 학사 이상

- 해당업무 3년 이상 경력

- 중장기 계획 컨설팅 및 사업전략 수립 유경험자

- 영어회화 가능자


◈ 포지션

- 사업 전략기획 (대리-차장급)

◈ 담당업무

- 신사업 발굴 및 기획

- 사업분석 및 타당성검토

- Biz-Portfolio 전략수립/M&A

◈ 자격요건

- 대졸(4년제) 이상

- 해당 경력 5년 이상~15년 이하

- 대/중견 제조업 사업기획 실무형 전문가

- 전략적 마인드 소유자 (분석력&PT능력)

- M&A 및 회계실무 역량 소유자


위에 두 개의 채용정보는 5~10년차 전략기획자를 찾는 채용 사이트의 내용입니다. 뭐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조사와 기획을 하는 것인데, 자세히 보면 위에는 작은 회사에서 목표 셋업 및 관리부터 시장 환경 분석 일부, 리서치 중심의 포지션이라면 아래는 보다 세분화 된 큰 기업에서 재무 M&A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사용할 줄 아는 쪽으로 경력 채용도 많이 하더군요. 이런 것을 보면 전략기획은 회사 크기마다 해야할 영역도 다르고 연관된 업무도 굉장히 넓은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가끔 제가 전략인지 재무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또 제가 인사인지 전략인지 헷갈릴 때도 있죠. 그래서 더 고민합니다. 전략기획이라면 전략기획 나름의 고유한 업무가 있을텐데, 과연 무엇일까 하는 거죠?


경영기획팀은 회사의 Vision을 제시하고 정책방향을 설정하며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회사의 중장기 전략방향을 설정하는 전략 기획업무,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경영 분석업무, 합리적인 조직평가를 통해 성과주의 조직문화 달성을 추진하는 조직평가업무, 전체 최적화를 추구하는 사업부문간 조정업무의 수행을 통해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합니다.


어느 회사의 '경영기획' 직무에 대한 하는 일을 홈페이지에 요약한 내용입니다. 전략기획이 따로 없으니 같은 부서죠. '회사의 중장기 방향을 설정한다....' 말이 쉽지 않네요. 이런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1. 해당 BG/BU와 사업부의 장, 단기 전략을 수립하는 인하우스 컨설팅펌
2. 데이터 관련 :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 과제들을 세분화하며, 전략적이고 거시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분석과 데이터 생성
3. 기업관련 지표 : 기업의 관리지표와 경제 전반의 거시지표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행동 계획 수립
4. 신규 사업 아이디어

- 자료분석과 경영수치에 대한 감각
-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때로는 현황보다는 그 이면에 흐르는 맥을 잡는 활동과 태도가 요구됨


이 회사도 앞의 회사에서 '경영분석', '조직 평가'에 해당하는 업무를 모두 전략기획의 과업에 포함시켜 두었군요. 필요한 자격 요건이 숫자에 대한 감각, 현상의 핵심 원인을 파악하는 거라는군요. 이렇게 기업에서 채용을 알아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무 소개에 대한 소개도 요즘은 많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https://career.doosan.com/m/human/day_view.jsp?COMP_CD=01000001


그러나 일상은 이렇게 여유롭지는 못합니다. 그룹에서 내려오는 아젠다를 처리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고, 시장과 경쟁사 동향을 재빠르게 리서치하고 이것을 적용할 내부 조직에 소통과 시스템/인프라를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사실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시간이 정해진 일정보다 더 많습니다. 그만큼 다이나믹하고 프로젝트성으로 벌어지는 일이 많다는 거죠. 매일 새로운 것을 요구받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거죠.


"저는 이런 일을 해왔습니다"


1. 사업부의 전략 수립


전략기획 본연의 일입니다. 시장의 변화를 인구학적 변화나 해외 시장의 변화와 속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파악하고, 국내 경쟁사의 대응 전략을 감지한 후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과 보완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리키는 거죠. 구름을 잡는 듯한 내용에서 출발해서 구체적인 근거들이 나오고 그것이 숫자와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연결되면 밤샘은 무리도 아니지요. 경영 환경이 안 좋을 때는 더욱 자주 이것을 합니다. 끈기와 체력이 필요한 일이죠.


2. KPI 수립 및 롤링


방향을 가리키면 목표를 정하고 조직과 구성원 개개인이 이것을 합의하고 실행, 중간 진척을 피드백해야겠죠? 이 일을 전략기획에서 합니다. 사업의 변화에 맞게 적정한 KPI를 찾는 것이 핵심적이며, 이것으로 정기적으로 조직과 개인을 평가하게 됩니다. 영역에 따라서는 인사와 비슷한 영역에 걸쳐 있다고 볼 수도 있죠.


3. 사업성 검토


크게 보면 M&A, 조인트벤처 설립, 상표권 제휴부터 작게는 새로운 유통망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렇게 진행한 상품군의 실적이 어땠는지, 어떤 유형이 주요 고객인지까지 이슈에 따라 다양한 '숙제'를 받게 됩니다. 지적 즐거움이라고 배우면서 하면 즐겁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데드라인은 매우 극한의 체험을 하게 해 주죠.


이 외의 일들은 보통 자질구레한 업무, 내가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업무가 많습니다. 사업부의 스케쥴을 관리하고 회의를 준비한다든지, 어중간한 취합성 업무들을 한다든지, 작은 회사라면 각종 비용 처리와 예산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거 다하면 원래 전략기획이 해야하는 핵심 업무를 못하고 커리어가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방면에서 사람과 이슈를 만나는 전략기획에게는 항상 본연의 과업, 이번 달 목표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보통 일을 리더와 하거나 밸류체인, 외부 조직과 할 때가 많습니다. 리더와는 주로 보고서 작성이 많죠. 이거 하다가 전략기획의 본래 일인 사업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일을 못하는 보고가 난무하는 잘못된 회사도 많습니다. 제 브런치에서 집중적으로 계속 까는 주제죠. 실제 일이 되는 것은 밸류체인과 외부 조직을 만날 때입니다. 사업의 기회를 외부에서 찾거나, 솔직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조직을 정기적으로 일정을 정해 만나는 것은 전략기획의 필수입니다. 전략기획이 재무팀처럼 사무실에만 있는 기업은 어려워질 확률이 큽니다. 밸류체인을 만나는 것은 시스템을 짜고 시스템의 잘못된 프로세스를 잡아나가는데 많이 쓰게 됩니다. 일은 혼자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어느 상황에서든지 예의를 갖추고 들으려고 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전 직장에서는 전화기 던지는 과장님들을 많이 봐왔거든요. 많이 만나다보면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고 아무래도 마음의 평안을 찾기가 어렵죠.


"비전이요?"


단기간에 회사가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영업만, 연구만 하는 부서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부서니까요. 그러다보니 경영자가 될 경우 올바른 컨셉을 가지고 경영을 할 시행착오가 조금 줄어들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현실은 조직 내에서 숫자를 다룰 줄 아는 조직이 전략기획과 재무다 보니 두 부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많죠.


제 생각에는 실제적으로 좋았던 것은 경영자와 대부분 함께 일을 하니 10년 뒤, 20년 뒤 이 회사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무얼하고 있을까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미리 일어날 일을 알 수 있죠. 물론, 미리 기겁해서 다른 캡슐을 먹어 버릴 수도 있구요.


"알면 도움되는 거요?"


요즘의 트렌드는 마케팅을 데이터 중심으로 하고, 기업 내 빅데이터를 통해 기회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에 이 분야에서 괜찮은 데이터 지식을 확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재무 지식(CPA면 최고지만 M&A 이외엔 크게 필요도 없고, 그거 알면 이 일을 왜 하나 싶기도 하고)과 유려한 엑셀, 파워포인트 능력, 해외와 소통이 가능한 영어+의 실력은 전략기획의 기본기와 같죠. 그리고 이 동네가 특히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없다보니 스스로 책이나 강좌를 통해 많이 학습해야 합니다. 데이터와 사회 현상 이면에 있는 행간을 잘 읽기 위해 전략의 프레임, 요즘 검증된 케이스들,, 이런 것을 계속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주말에도 일을 하니 언제 할까요 ㅎㅎ


경험으로는 M&A를 작게라도 한 것이 좋고, 사업을 반전시킨 프로젝트나 제안이 있었다면 모두가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은 실무와 가장 가까운 단위의 조직부터 밟아 올라가야 판돌이(?)와 이론선생(?)의 치킨집 사장님 테크트리를 안 탈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야 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이거 하다보니까 대학원, 연구원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전략기획이 중장기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접근은 논문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고 핵심을 파악하여 대안을 찾는 경우와 닮아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괜히 석사우대, MBA 우대가 나온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컨설팅 펌 다니다가 안정적인(?) 일을 하기 위해 대기업 전략기획실에 오시는 분도 많으니 기본적으로 과업을 다루는 방법이 이런 부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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