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Oct 30. 2023

어차피 왕도의 길이라면

#12. 그래서 커리어의 종점은 무엇이어야 하나요

주변 사람들의 커리어에 결정적 순간들을 리뷰하면서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게 메일 등으로 커리어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것에 대한 작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커리어 성공의 평가는 철저히 자기만족입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만족과 불만족을 공유드리며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2. 어차피 왕도의 길이라면



연봉 추이 (추정)

- 5년 차 4,000만 원

- 7년 차 5,000만 원

- 11년 차 7,000만 원

- 15년 차 10,000만 원



포인트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있는 게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여러분은 커리어의 끝이 어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많은 꿈으로 시작해서 버티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들을 거치면서 커리어의 꿈은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바뀌게 되곤 합니다. 대부분은요.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소개할 분은 뚜렷한 꿈, 'CEO'만을 처음부터 보고 달려가는 분입니다. 이 분의 커리어에서는 어떤 장면들이 있었는지, 보는 우리가 생각해 볼 부분은 어떤 게 있을지 나누려고 합니다.



공채로 입사해서 한 회사를 지금까지 쭈욱 다니면서 이 분은 처음부터 주목받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이 분 보다 잘하는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이 많았죠. 문서 작성 능력이 뛰어나거나 숫자 감각이 탁월하지 않아 무슨 일을 해도 티가 덜 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인내심이 강하고 말을 잘하고 성격이 밝고 탐구심이 많은 편이었죠. 똑똑하지 않았기에 초반에는 하는 일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평가가 좋을 수는 없었고 어중간한 평가가 따라다니고 있었죠.



그러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스스로의 능력보다는 주변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의 연봉 인상이 예전에 비해 유사 기업 수준 대비 만족스럽지 못하자 일 잘하는 사람부터 먼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이죠. 이 분들은 외국계 IT 회사나 컨설팅 회사 등으로 나가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중간 연차의 사람들이 너무 적어졌고 기존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을 수 없었던 이 분에게도 알려질 수 있는 일을 맡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철저히 위에서 바라는 방향으로 일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이것을 맡은 조직 내에서는 비교적 수평적으로 일을 돌아가게 해서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좋은 평판을 얻기 시작합니다. 주변에 남아 있던 비슷한 연차의 몇몇은 일을 하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방향을 세팅할 때 갈등이 있는 분도 있었지만 이 분은 정말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 '내가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시뮬레이션이 없었다면 갑자기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모습이 바로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사실상 왕도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관리하는 핵심인재에 들어가게 되었고 별도의 관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인재가 되면서 이 분은 여러 가지 현재 회사에 대한 불만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타 회사 대비 연봉이 작거나 네인 밸류가 높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 지주사의 지시 등을 언젠가는 대표이사가 된다는 하나의 생각으로 참아 냅니다. 핵심 인재라고 해도 이 불만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면 당연히 회사를 나갔지만 이 분은 원래 돈이 많았고 타이틀만 있으면 되니 지금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실적이 여의치 않을 때도 이 분은 승진했습니다. 거의 혼자 승진한 적도 있었죠. 그런 사례들을 보면서 조직 내에서 이 분의 영향력은 더 높아졌습니다.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죠. 이 분은 지주사에서 원하는 것만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잘 못하는 문서 작업이나 숫자와 관련된 부분, 기술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말 잘하는 역량으로 영업을 하고 설득을 하면서 소기의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분이 일을 하면서 여러 이직 제의를 받았다고 제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죠. 거기서는 회사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불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여기가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지금 위에 있는 라인들 모두와 친하고 회사의 실적만 망하지 않는다면 이 라인이 자신을 끌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케이스는 생각보다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조금 더 여기서 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이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함께 일해보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더 내 소리가 더 멀리 퍼지길 원하고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잘 들어주기를 원합니다.



가끔 그런 기회들이 있습니다. 팀장이 휴직에 들어갔을 때 직무 대행을 맡는다든지, 누군가가 일정 기간의 휴가에 있을 때 대신 미팅에서 발언권을 잡는다든지, 내가 한 일이 우수 사례로 조직을 넘어서 알려지거나 하는 경우들이겠죠. 또 지금 사례처럼 주변에 사람들이 다 그만두었을 때 이것이 일시적 어려움인지, 내 목표와 맞는지 보면서 내게 주목되는 기회를 유지할 것인지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다른 회사로 가는 것도 방법이겠죠.



평소에 퍼포먼스나 평판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와 기술과 협력과 성실 같은 부분들은 다음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평소에 할 수 있는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회가 부여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움직임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너무 뻔한 말 같지만 왕도는 어차피 뻔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전 11화 과감하고 확실한 취미 생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