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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전략의 전제

가격은 결과인가, 원인인가

by Peter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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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면 낮은 가격을 전략으로 시장의 빈틈을 파고듭니다. 어느 시장이나 더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수요는 늘 있으니까요. 꼭 어떤 수준 이상의 품질이 있지 않아도 필수적인 수준만 된다면 더 낮은 가격을 통해 이용하는 것에 선호를 가지는 고객은 많습니다. 혹은 품질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도 후발 주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낮은 마진을 택하거나 마진이 나지 않더라도 이미 있는 가격 대비 낮은 수준으로 침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스스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본원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전제, 더 많은 재원을 가진 경쟁자로부터 유사 전략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 등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낮은 가격  전략은 수익을 남기기 어렵고, 그것이 표준가가 아닌 할인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브랜딩의 문제 및 고객 학습의 우려 등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가격은 그 자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조율된 결과이기 때문이죠. 가격 자체를 손대는 것은 나머지가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당한 모험, 돌이킬 수 없는 모험이 됩니다.



스스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는 제조나 서비스의 총체인 가격에서 회사가 기여하는 원가 비중이 높을 때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택만 갈아서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는 가격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플랫폼을 열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 주기만 하면 가격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제조 과정에서 다른 밸류 체인이 주지 못하는 독창적인 원재료, 디자인, 기능, 유통망을 부여하는 주체라면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크고 자연스러운 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비스 역시 고객이 체험하는 과정에서 기여하는 가치가 있다면 해당 부분의 비중에 따라 가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직매입을 하거나 직접 물류를 갖고 있으면 유통사도 가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가격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남들이 만든 것을 단순히 배송만 한다면 배송 과정을 직접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고유의 경쟁력으로 가격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산업 전반으로 볼 때 해당 영역이 그렇게 경쟁력이 없다면 가격 통제를 실질적으로 하기 어려워집니다. 배달 회사를 한다면 적어도 배달 오토바이 시장의 상당 비중을 직접 갖고 있어야 통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애초에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가격 통제의 실제적인 여력은 없는 것입니다. 석유를 보면 통제력을 알 수 있습니다. 희소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냐에 따라 시장을 제어하는 가격 통제력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무형 자산인 디자인은 유형 자산이 부족한 기업에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무형 자산에 관심이 없다면 고객에 눈의 씐 꺼풀이 사라지게 되고 다른 서비스, 제품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본원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전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수요에는 최소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되는 제품은 알리 익스프레스로 몇 주에 걸쳐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필요한 제품은 몇 십분 내로 받아야 합니다. 가격부터 만지게 되면 본원적 가치를 어느 순간 스스로 잃게 되는, 스텝이 꼬이는 일이 벌어집니다. 완전히 같은 원재료를 사용한 옷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별다른 특징도 없고 알려지지 않아 재고가 많이 남게 되면 할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할인을 통해 현금은 일정 수준 얻지만 이익이 부족해지면 다음에는 좋은 옷을 만들 자금이 사라지게 됩니다. 할인을 보고 해당 브랜드를 알게 된 고객은 할인을 기다리고 원래 가격은 의미가 없어지면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내가 어떤 전략을 통해 시장에 침투해야 하는 의도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가격 자체에 끌려 다니며 포지셔닝을 잃게 됩니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본원적 가치가 무엇인가요? 본원적 가치를 강화하는 조직만이 한 걸음 더 나가고 가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가치가 부족하다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아파트 단지별로 일정 수준의 층위를 구성하는 것과 같이 가치가 낮은 제품은 나의 사정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가격 수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그 방식은 원가를 절감해야 하고 자금이 많을수록 더 낫고, 그 반대면 매우 어려운 길입니다. 오히려 왜 그것을 구매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다음 수요를 충족해 준다면 가격을 만들고 시장을 만들고 최초 인지를 고객에게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기업이 가격에 무리하게 손을 대면 원래 좋은 길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더 많은 재원을 가진 경쟁자로부터 유사 전략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는 사실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이 있죠. 기술적 혜자, 디자인적 혜자이죠. 돈으로 할 수 있고 많은 사람 수로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법적 보호를 받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기술과 디자인 등은 법적 보호를 받기에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어디든 돈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살 수도 있죠. 니치 마켓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서비스들은 해당 서비스를 선호하는 충성 고객만 남긴 채 대부분 자본이 더 많은 기업에 대부분 유사 서비스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 서비스를 좋아서, 익숙해서 쓰는 사용자만 그것과 상관없이 쓰는 것이죠.


그저 새로운 방향으로 고객 수요를 더 충족하고 먼저 제안하는 것 외에는 자금으로 승부하는 경쟁자들을 이기는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제안을 통해 고객 수요를 확인하면 내가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새로운 전략은 더 차이를 만들 수도 있죠.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 수성하는 것은 틈을 내어주게 되는 것임을 어느 산업이든 보여주고 있습니다. 1위일 때, 지속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태일 때 재무제표만 보고 고객 가치의 답습과 퇴보만 하면서 경쟁자가 진입할 틈을 내어주게 되죠. 돈이 많은 경쟁자는 가격을 통해 침투하고 재원을 통해 기술을 높여 차이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재원이 부족하면 그때 가서 대응이 되지 않게 되겠죠.



가격은 학습 효과가 강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디자인은 직접 비교가 까다롭지만 가격은 직관적이라 고객 인지에 강하게 남습니다. 따라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할인을 제공하는 바우처는 그래서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명분이 있고 일시적이며 본질적인 서비스를 괴롭히지 않아야 합니다. 고객과 이 가격 조정에 대한 일시적인 이해와 약속이 없다면 고객은 영구히 그 자체를 이 가격으로 인지하고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사은품 없는 잡지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과거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더 주는 게, 늘 할인하는 것에 익숙한 고객은 이제 이 서비스, 제품을 무엇으로 인지하는지 들불처럼 고객 사이에서 번지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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