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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Jul 25. 2023

백년 가업의 3가지 조건

[#19]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내가 따로 사업자를 만든 건 가족 사업이 싫어서였다.

아버지의 업을 얼떨결에 떠안아 “이렇게 된 김에 열심히 해보자”라고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쉽지 않았다. 이익은 회사의 성장보다는 가정의 유지에 들어갔고, 회사 성장을 위한 결정은 팔이 안으로 굽는 가족회의 끝에 정해졌다. 가족 사업, 즉 가업은 가족의 안정과 유지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사업자를 따로 등록했다. 내가 비록 많이 가져가지 않더라도 나는 인류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공구로운생활, 줄여서 ‘공생종합상사’가 이렇게 탄생했다.



최근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이신 송치영 프로툴 사장님의 저서 “백년가업” 을 읽었다. 

백년이 넘는 기업들이 어떻게 존속되는지, 이를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 가업을 잇고 성장시키기 위한 비법서와 같았다. 이 책의 저자인 송치영 사장님도 2대 회장이시고, 공구상 업계는 가족 사업으로 운영되는 게 대부분이기에 이 책에는 가업에 대한 진득한 경험이 묻어 나왔다. 이 책을 출퇴근길에 부지런히 읽었는데 책의 내용 중에 3가지가 마음속에 곱씹어졌다.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34


첫 번째, 사업의 철학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하는 진리이다. 철학은 거창하고 어려운 말이 아니라 경영에 있어 사업 규칙과 같다. 기업의 미션이나 비전, 고객에 대한 태도, 제품의 속성 등 여러 부분에서 철학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건 철학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장이 바뀌어도 무조건 지켜야 할 불변의 것이어야 한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가 모이고 얽혀지며 회사의 성장을 이뤄내야 할 때조차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생각이 이 철학이어야 한다. 철학은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물이 흐르거나 소용돌이가 쳐도 모양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 지역 사회와 끈끈한 관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년 가업은 금전적 수익이 없어도 지역을 위해서라면 힘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성장에 후원을 하거나 지역 주민을 위한 할인 행사, 봉사 활동 등 우리가 흔히 듣는 소위 로컬(Local)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결국 기업의 존재는 고객이 기억하고, 고객은 직접 가게를 구매 경험을 통해 기업을 기억하는데 이런 고객의 대부분이 주위에 사는 지역 주민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향에 스포츠팀을 만드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품질에 과도한 집착

고객이 기업을 판단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바로 제품이다. (혹은 서비스) 백년 가업은 오랫동안 만들어오는 스테디셀러가 하나씩 있다. 보기에는 간단한 모양일 수 있으나 그 제품에는 오랜 역사에서 흘러 들어온 직원의 연구, 고객의 만족과 피드백 그리고 제품의 끊임없는 개선이 3가지의 순환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품 자체를 넘어 제품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기업의 애티튜드가 아닌가 싶다.


(스웨덴 수공구 브랜드 '훌타포스' 접자, 140년째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위 3가지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자신의 기술에 철학을 가지고, 나를 찾아주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제품, 서비스질을 높이려는 끊임없는 연구이다. 그래야 나라는 브랜드가 오래 지속되고 내가 은퇴를 해도 후대에게 조직이나 기술을 물려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본다. 그리고 죽어서도 남에게 기억되어 이름이 남겨진다. 나이팅게일 선서가 나이팅게일이 만든 게 아니듯이.



지금 나의 기업 ‘공생종합상사’가 “아버지에게 영향을 어쨌든 받았겠구나”라고 어렴풋이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업을 받았고, 가족 사업이 싫어 사업자를 따로 만들었어도 지금 나의 방향이 아버지와 연결되지 않았을까? 병상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빼곡하게 종이에 써주시던, 나의 결정에 묵묵하게 지지하시고 별일은 없냐고 안부를 물으시는 모습 모두 가업이 어떻게든 유지되는 얇은 실타래들이 아닐까? 이 책의 뒷표지를 덮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결국 공생종합상사도 가족 사업의 연장일지 모른다는 의심과 동시에 왠지 모르게 가족을 배척하던 날선 마음이 고이접혀 포근해졌다. 말로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100% 단호한 부정은 못하게 되었다.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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