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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Feb 15. 2024

결국 공구인들의 이야기

[#24]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올해 1월에 꽤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한국산업용재협회에 주관한 산업용재 수필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주제는 ‘산업용재(공구)’로 나는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로 운이 좋게 수상하게 되었다. 일찍 사무실을 나와 간단히 매거진에 실릴 인터뷰를 하고,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협회장님의 악수와 함께 상을 건네받았다. 나를 포함한 총 3명의 글은 ‘한국기계공구’ 잡지에 정식 수록될 예정이었고 그 밖에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한 글은 단편 수필집으로 엮여 용재협회 회원들에게 배부되었다.



나도 그 수필집을 읽어보니 좋은 글들이 많았다.

공구 분야에 들어온 우연한 계기, 어떻게 고객들을 만족시킬지, 공구업계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 공구에 진심이 보이는 글들이었다. 내가 쓴 주제는 ‘아버지의 태도',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변함이 없었던 건 사람의 태도라는 걸 이야기하였다. 2세대에게 물려주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며 걱정하는 1세대 그리고 아버지 세대를 넘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만 할 2세대의 고민을 아우르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부자, 부녀자가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길 바랐다.


여태 많은 글을 써왔으나 이번 수필문학상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공구에 관한 글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게 표면적인 의미라면 내면으로는 내가 공구 생태계 속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좋은 공구를 추천해 주고 판매하는 커머스가 BM(Business Model) 이고 ‘그 위에 나는 어떤 전문가여야 될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경영자, 무역업자, 유통업자, 마케터 등 내가 어느 정도 해내는 업무를 좀 더 전문적으로 정진할 갈림길이었다. 결국 내가 가져가야 할 업무는 ‘콘텐츠', 공구라는 주제로 글, 영상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내 역할이라는 걸 알았다. 7년 동안 ‘콘텐츠는 단지 취미일 뿐’이라고 나 자신을 부정해온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 수필문학상 덕분에


수필문학상이 내 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 부분이 또 있었다.

바로 관점, 공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다.

지금까지 공구 콘텐츠들이 천편일률적이라고 감히 여겼었다. 신제품이 들어오면 스펙을 말하고 실제로 써보고 하는 리뷰 콘텐츠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콘텐츠가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이 방식을 똑같이 따라 한다는 게 아쉬웠다. 뭔가 더 다채로운 방식의 콘텐츠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나 혼자 또는 공생 팀끼리도 치열하게 논의했다.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는 공구 콘텐츠는 이랬다.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는 없을까?



지금 대부분 공구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공구를 잘 사용하는 기술자' 였을지도 모른다. 오랜 업력을 가지신 분들의 고급 정보들이 오가는 콘텐츠, 심지어 다른 공구 유튜버들 말로는 ‘이 친구는 공구 쓸 줄도 모르네' 하는 저격성 댓글도 많이 달려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공구 유튜버들은 더욱 많은 공부, 정보를 크로스 체크 뒤 콘텐츠를 만들곤 한다. 망치를 소개하기 위해 수백 번 수천 번 망치질을 연습했다는 어느 유튜버의 이야기는 우리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a5TuUmjRs&t=316s

(공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게 노력했다)


나는 아쉬웠다. 우리들끼리만 아는 이야기 같고 관심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을 듯이 지나친다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알기 쉬운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내가 공구를 잘 모르고, 기술자 생태계에 깊게 발을 담그지 못했다는 뜻일까? 한때는 내가 공구 생태계에서 어떠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좌절도 느꼈었다. 그러다 이번에 수필문학상에 수상하고 수필집을 읽고 나서 크게 머리를 한방 맞은 듯이 깨닫게 되었다.


공구 쓰는 사람을 말하면 되겠구나


그동안 공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이번에는 사람을 먼저 탐구해보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 공구를 왜 쓰는지 등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일상부터 공감해야 일상에서 공구의 진실한 쓰임새가 보이고 마지막으로는 공구의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수필집에서도 사장님들의 공구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듯하다. 사람은 사람 얘기하는 게 가장 재밌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https://blog.naver.com/your09life/223225672148


https://brunch.co.kr/@janiejeong/166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이유는 미국은 ‘전쟁에서 싸운 군인'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부대가 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6.25 전쟁, 월남전 등 전쟁에서 싸운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겨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용맹함과 애국심이 널리 알려져 지금에 이르러 군인은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직업이 되었다. 공구도 그렇지 않을까? 공구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다면 일반인들은 공구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상상이 든다.


(2차 세계대전 영웅 중 한명인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영화 '핵소 고지')


공구인의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공구를 쓰는 사람, 공구를 파는 사람 등 공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이야기.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구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내가 솔선수범해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하겠지만 작은 꽃들이 피어올라 넓은 꽃밭이 형성되듯이 공구인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이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https://blog.naver.com/woodproshop


https://www.youtube.com/c/%EC%B2%A0%EB%AC%BC%EC%A0%90TV




https://blog.naver.com/your09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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