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루이스 캐럴, 사무엘 콜리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작가라는 것과 꿈을 소재로 글을 썼다는 점이다. 이 조합은 현재 시점으로 내가 알게 된 경우일 뿐,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꿈에 대한 작가는 훨씬 많을 것이고, 앞으로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꿈과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지속된다면.
"나는 관념보다 이미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추상적인 사고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그리스인과 히브리인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화와 비유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니까요. 물론 이성적인 사고도 해야 하죠. 나는 아주 어설픈 방법으로 그렇게 한답니다. 그러나 나는 꿈을 더 선호해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의 말> (145쪽)
"문학적으로 보자면 내 생은 지극히 단순하다.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선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 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일기, 1914.8.6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꿈> (29쪽)
"정말 이상한 꿈을 꿨어."
앨리스는 일어나 앉았다.
"처음에 난 바로 여기에 언니랑 같이 있었어. 그때 토끼 한 마리가 뛰어가는데,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걱정하면서 가는 거야. 나는 벌떡 일어서서 토끼를 따라 토끼굴 아래로 갔지." 샬롯이 웃었다. "시계를 가진 말하는 토끼라니! 아, 앨리스. 너 정말 대단한 상상력을 가졌구나."
앨리스는 이야기를 마쳤다.
"정말 이상한 꿈이구나."
샬롯이 말했다.
"네가 정말로 그 토끼굴로 떨어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하지만 넌 이제 집으로 달려가서 차를 마실 시간이야. 늦었다, 어서 가봐."
앨리스는 일어나 집으로 뛰어가면서, 내내 그 멋진 꿈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샬롯은 강가에 남아서 석양을 바라보며 앨리스의 모험에 대해 생각했다. 곧 샬롯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먼저 샬롯은 어릴 적 앨리스에 대한 꿈을 꾸었다. 샬롯은 앨리스의 목소리와 앨리스의 머리가 어땠었는지 기억했다. 앨리스는 머리가 늘 눈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오늘 들었던 것 같은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후 강둑은 앨리스의 꿈에 나왔던 동물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침내 샬롯은 어른으로 자라난 동생에 대한 꿈을 꾸었다. 어린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간직한 성인으로 자란 앨리스가 보였다. 앨리스는 자기 주위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있었다. 몇몇 이야기는 앨리스가 어렸을 적 행복했던 여름날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에서의 그녀의 모험에 관한 것들이었다.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강가에서
'사무엘 콜리지는 꿈에서 받은 이미지가 시에 준 영감과, 꿈에서 감정이 이미지에 불러일으킨 영감을 글로 남겼다.(신비하면서도 미묘한 감정, 그 어떤 감정이 그에게 꿈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쿠블라 칸>을 받아쓰게 했을까?'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12-13쪽)
'<쿠블라 칸; 꿈속에서 본 비전: 조각>(Kubla Khan; A Vision in a Dream: A Fragment)은 사무엘 콜리지가 1797년 완성하고 1816년에 출간된 시오 '꿈속에서 본 비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시는 콜리지가 쿠빌라 칸에 의해 설립된 몽골의 수도인 산둥성을 묘사하는 작품을 읽다가 마약에 취해 꿈을 꾼 뒤 한 밤중에 쓴 것이다.' (위키백과)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세계죠. (…) 무익하다고 오해를 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거예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과 꿈의 세계를 탐험하다> 연합뉴스 2017.5.31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억에 남는 꿈에 대해 적는 거예요. 가끔 제 꿈속 이야기를 글로 쓰기도 하죠. 다만 꿈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 정도, 그뿐이에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https://www.youtube.com/watch?v=MjV3uKni524
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꿈을 꾼다는 것은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꿈은 보여주고 들려주고 쓰게한다.
꿈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의지를 갖게 한다.
꿈은 변형되고 이어지고 연결되고 새롭게한다.
꿈은 상식과 통념을 뒤흔들고 모든 것을 전복시킨다.
꿈은 끝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