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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기, 도망가는 꿈을 붙잡는 방법

-뇌는 질문을 해야 생각한다

by 오렌


꿈작업을 하면서 초기에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은 분명히 꿈을 꾼 느낌이 있는데, 의식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고, 그것은 잠을 자면서 나오는 주의집중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기억나지 않는 꿈은 그냥 할 수 없다고 넘어갈 것인가? 처음에는 그랬다. 다른 방법을 몰랐으니까. 십여 년 간 꿈을 꾸고 기록하면서 생긴 짬과 공부로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꿈, 슬쩍 지나치려고 하는 꿈도 웬만하면 불러 세우는 내공이 생겼다. 바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질문 속에 답이 있다.'


"분명히 꿈을 꿨는데, 무슨 꿈이었지?"

질문을 하고 기억해 내려고 애쓰면 도망가던 기억이 스스로 뒤돌아서 걸어온다. 그리고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질문하고 관심을 가질수록 더 자세하게 기억해 낸다. 뇌과학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게으르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어서 질문하지 않으면 자꾸 그냥 넘어가려고 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면 그때서야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꾼 꿈이라도 내버려 두면 사라질 수도 있고, 노력을 하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도망가는 꿈을 붙잡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잠에서 깨었을 때 꿈의 느낌이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 머리의 방향을 바꾸어서 눕는 것이다. 전 뒤집듯이 홱! 돌아눕는 이 간단한 기술은 답답한 마음에 그저 시도해 보면서 그렇게 했을 경우에 생각나지 않았던 꿈이 기억나는 일이 많아서 스스로 발견한 방법이었는데, 올해 출간된 꿈 관련 명저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에서 소개하고 있어서 놀랍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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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천하고 있는 꿈작업(꿈을 기록하고 활용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았다. 이 과정은 정신분석을 시작한 초기부터 한 것이 아니라 정신분석을 마치고 혼자서 꿈작업을 하면서 서서히 발전되고 굳혀져 온 방법이고, 따라서 혼자, 스스로 꿈작업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심사숙고 끝에 꼼꼼하게 나열해 본 것이며, 앞으로 더 매끄럽게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꿈 활용법


1. 깨어서 바로 쓸 수 있도록 잠자리 한편에 꿈노트, 필기구, 조명을 준비한다.

2. 잠에 들기 전에 나의 천사에게 '내일 아침에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물어본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신앙에 기대어, 꿈을 꼭 꾸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

3. 꿈을 꾼다.

4. 깨어나서 꿈을 기억한다. (기억나지 않을 때,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두고 눕기, 질문하기 등의 기술을 사용해서 어찌어찌해서든 기억해낸다.)

5. 꿈꾼 이미지나 텍스트를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녹음을 할 수도 있다.)

6. 꿈에 나오는 배경이나 사람, 소품, 분위기 등에 대한 감각이나 느낌을 떠올려본다.

7. 스스로 분석되는 생각을 쓴다. (검색을 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신화, 예술, 종교 등 인문학적인 독서로 꿈 상징에 대한 지식을 늘이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8. 꿈에 제목을 붙여본다. (목표확언, 슬로건 식으로 제목을 붙이면 실행력을 불러온다.)



1. 준비 -1,2번은 잠에 들기 전 준비작업이고,

2. 무의식 -3번에서 5번까지, 즉 꿈을 꾸고 기억해서 기록을 하는 것까지는 무의식의 영역이고,

3. 의식화 -6번에서 8번까지 그 꿈의 감각과 감정을 느끼고, 그 느낌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명료한 단어나 문장으로 제목 붙이는 과정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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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별한 나의 꿈 이야기>를 두 달 동안 주 3회를 연재했고, 16화로 올해의 마지막 글을 맞이하고 있다. 꿈을 소재로 한 브런치 북을 기획하면서 꿈으로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어떤 모습일까? 질문했다. 가슴은 꼭 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머리는 두려움과 의심이 있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정신분석가나 심리학자, 뇌과학자 등 소위 전문가의 자격을 갖추어야 사람들이 신뢰하고 읽지 않을까?', '단지 정신분석을 받은 입장에서 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라는 진정성이 통할까?', '내가 쓸 수 있는 차별성은 무엇일까?'


치밀한 기획이 아닌 자유연상의 힘으로 16화까지 써오면서 1화. 프롤로그에서 스스로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이 이제야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정신분석가나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꿈 활용법을 쓰는 것으로 공감을 얻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글쓰기는 고독한 일이지만, 미지의 독자가 있음을 믿으면 그 고독이 힘을 얻고 문장이 빛을 발합니다. 전달된다고 믿지 않으면 작가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류시화 작가의 말을 빌어 독자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을 의식하면서 연재를 이어왔고, 의심과 질문으로 뿌린 씨앗이 서서히 움트는 2023년의 낙조를 바라보고 있다. 내년에는 눈에 보이는 우렁찬 성장과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눌 수 있는 열매가 되기를 바라본다.


모두들 좋은 꿈 꾸시고, 2023년 마무리 잘하시고, 대망의 2024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소개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꿈 활용법>, 이 과정에 따른 꿈 작업 사례는 2024년 새해 첫 이야기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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