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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an 16. 2024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어린 시절의 날들 가운데 아마 우리가 좋아하는 책과 더불어 보낸 날들, 살지 않고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그런 날만큼 충만하게 날들이 없을 것이다.' (19쪽)


 '이따금은 집에서, 침대 속에서, 저녁 식사 후에 오래도록, 저녁의 마지막 시간들을 내 독서로 채우곤 했는데, 다만 내가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끝에 도달하기까지 읽을 양이 많지 않은 날들만 그랬다. 그럴 때면 발각되어 벌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어쩌면 밤새도록 이어질지도 모를 불면을 감수하고 부모님이 잠자리에 들자마자 나는 촛불을 다시 켰다.' (40-41쪽)



 이 글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프루스트의 독서>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이러한 문장을 만날 때마다 부러움을 느낍니다. 그토록 충만하다고 말하는 어린 시절 독서의 기억이 저에게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지나치게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질투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면서 노력하는 동력으로 삼으면 되니까요.



 어릴 적의 좋은 독서 습관과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이야 말로 가장 값진 보물이라고들 하지요. 저는 청소년기에 난독증인줄 모르고 난독증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죠.) 그래서 한창 책을 읽어야 할 때 읽지 못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남았답니다.

 뒤늦게 난독증 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읽는 행위에 대한 의미와 소중함을 통찰하면서, 읽는 삶의 지속 가능에 대해 늘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핍에 대한 욕구를 자각한 내 안의 읽는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지금 여기, 브런치 플랫폼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이곳에 머물면서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읽기에 대한 책을 많이도 사서 읽고, 밑줄을 많이도 쳤지요. 어쩌면 처절하게 외로울 수 있었던 삶이 읽기의 기쁨을 알아가면서 고독의 즐거움으로 바뀌기도 했답니다. 그러는 동안 난독증이 자연 치유되었고요.

 연재브런치북의 제목으로 정한 <읽기의 천사>에 대해서도 다음 기회에 다루려고 합니다만, 살짝만 얘기하면 '내 안의 읽는 사람'을 이곳으로 데려온 '무언가'가 바로 '읽기의 천사'랍니다.



 그동안 공부한 읽기에 관한 책들을 나누면서 읽기의 근원적인 의미를 통찰하고, 일상적으로 읽는 행위의 소중함과 기쁨, 거룩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가꾸어가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충만한 독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었던 난감한 경험으로 알게 된 또 다른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루스트의 어린 시절을 부러워하는 대신 내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답니다.


 오늘은 시작하는 글이니만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도록 하겠습니다. 서두르는 것은 읽기에 방해가 되는 요소니까요.

 '읽기'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내가 쓴 읽기에 대한 글을 통해, 읽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벅차오릅니다. '읽기의 천사'와 함께 잘 준비해서 1화로 돌아오겠습니다.




 

새롭게 연재하는 브런치북입니다.


+ 일요일과 목요일 -<길모퉁이 글쓰기 카페>

+ 화요일과 토요일 -<읽기의 천사>

+ 월요일과 금요일 -<건강할 결심>

+ 수요일과 토요일 -<오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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