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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an 27. 2024

한 사람의 인생을 빚어내는 독서 생활

-C.S. 루이스 <책 읽는 삶>


 180페이지짜리 작고 얇은 이 책 <책 읽는 삶>은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 루이스의 유명 저서를 비롯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에세이, 편지 등에서 '삶의 변화를 낳는 독서 행위'에 대한 글을 엄선한 것으로, 문학 읽기를 중심으로 독서 생활 전반에 대한 루이스의 흥미롭고 다채로운 지혜를 담고 있다.

 '독서는 루이스의 삶에서 최고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으며, '그의 세계관과 정서(어렸을 때 읽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에서부터 1963년 11월 죽기 전 마지막 몇 주 동안에 다시 읽은 호머의 <일리아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알프레드 테니슨의 <인 메모리엄>에 이르기 까지)는 그가 읽은 모든 책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10-11쪽)



루이스에게 독서란? 


 '그의 회고록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밝힌 이상적 일과는 오후에 하는 식사나 산책, 차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그리고 다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매일 여섯 시간의 이 연구 외에도 그는 식사 중에나 저녁 시간에도 가벼운 독서를 즐겼다. 매일 총 일고여덟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 셈이다. 루이스에게 독서란 고결한 소명이자 끝없는 만족의 출처였다.' (11쪽)

 

 "문학적 경험은 개성이라는 특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개성이 입은 상처를 치유해 준다....... 훌륭한 문학을 읽으면 나는 천의 인물이 되면서도 여전히 나로 남아있다.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는 무수한 눈으로 보지만, 보는 주제는 여전히 나다. 예배할 때나 사랑할 때, 또 도덕적 행위를 할 때나 지식을 얻는 순간처럼, 독서를 통해서도 나를 초월하되 이때처럼 나다운 때는 없다." (12쪽)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려 애쓴다. 나 이상이 되기를 위한다. 라이프니츠가 말한 단자 monad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하나의 실체)의 신세로 만족하지 않고 바깥세상으로 난 창을 갈구한다. 로고스 (우주의 이치)로서의 문학은 일련의 창이자 심지어 문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아를 벗어나 타인 안에 들어간다. 대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주관적 사실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사람에게는 자아를 지키고 더 강화하려는 일차적 충동과 자아를 벗어버리고 그 편협성을 바로잡아 외로움을 치유하려는 이차적 충동이 있다. 바로 사랑, 덕행, 지식추구, 예술감상 등을 통해서 자아의 확장이나 자아의 일시적 소멸로 표현될 수 있다.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신념, 열정, 상상 속으로 들어간다.' (16-18쪽)



존재의 확장,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의 존재가 엄청나게 확장된 것은 작가들 덕분이다. 좀체 책을 읽지 않는 친구와 대화해 보면...... 그는 아주 선량하고 사리 분별력도 꽤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사는 세계는 너무 작다. 그 속에서 숨이 막힐 것 같다.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결국 자아 이하가 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21쪽)




내 삶을 뒤바꿔 놓은 책


 '독서가에게는 어떤 문학 작품을 처음 읽는 순간이 사랑이나 신앙이나 사별의 경험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중대사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의식이 송두리째 바뀌어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25쪽)


 이 대목을 읽다가 나의 독서 생활에서 책이 사랑이나 신앙, 사별의 경험에 비견될 만한 중대사가 된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읽은 좋은 책들도 많지만, 역시 내 삶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 결핍의 번뜩이는 눈에 포착되어 집어 들었던 책이 떠 올랐다. 그야말로 어두운 길을 비추는 등불과도 같은 책이었다.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실패를 승리로 바꾸는 절대적 의미에 대한 절대적 믿음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언제 죽을지 모를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후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창시한다.

"추구해야 할 삶의 의미가 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는다면 더 이상 압박과 스트레스를 피하지 않고 겪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의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의미를 찾는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이 그가 수용소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법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다음 세 가지로 말한다.


첫 번째는 무엇인가를 창조함으로,

두 번째는 어떤 사람, 어떤 일을 경험함으로,

마지막으로는 피할 수 없는 시련에 어떤 태도를 결정함으로 삶의 의미는 찾아온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분식집 새벽 마감청소를 하면서 라디오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법륜 스님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종종 하셨다. 

 "다람쥐가 의미가 있어서 사나? 그냥 사는 거야. 의미 같은 거 없어도 돼. 그냥 살면 돼.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나? 진짜야. 그냥 살아. 그냥 살면 돼."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사람은 의미를 잃어버리면 생존할 수 없다', '의미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과 법륜 스님의 '의미가 없어도 그냥 사는 거'라는 상충된 답 사이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자연은 의미가 없지만, 의미 없는 자연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이다.'

 '힘이 든다 싶으면 자연을 바라보면서 의미를 놓아버리기도 하고, 힘이 좀 생기면 다시 의미를 생산해 내고', 

 '생성과 소멸을 주도하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면 되는 것'이다.라고.


 루이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도 독서란 고결한 소명이자 끝없는 만족의 출처로 견고하게 의미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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