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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읽기의 천사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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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렌 Feb 13. 2024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홍원기 <시간을 달리는 소년>

욘니를 아십니까?

본명은 홍원기, 프로제리아 신드롬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 현재 <욘니와 치애>라는 유튜브 채널 크리에이터로도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프로제리아 신드롬은 전 세계에 150명,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단 한 명만 앓고 있는 희귀병으로 우리말로 소아조로증이라 부르는 이 병은 ‘라민에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긴다. 라민에이의 공격을 받은 세포들이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고, 이 독성물질이 또 다른 세포들을 망가뜨려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12세. 그리고 욘니는 평균수명을 훌쩍 넘어 이제 18세를 지나고 있다.

오래전 어느 날, 고된 노동으로 지쳐있던 나는 어둠 속 이불 안에서 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진 원기는 그 특별한 모습만으로도 빠르게 회전하는 영상의 세계에서 내 시선을 고정시키게 했다. 어려운 조건과 환경을 극복하는 스토리에 끌리는 나는 원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희망의 메시지에 감동했다. 저렇게 작고 아파 보이는 아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빠가 요즘 일이 잘 안 들어온다고 힘들어한다는 진솔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런 어른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말과 노래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도 가끔 이 영상을 보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VurAb1ImWY

해가 거듭되면서 유튜브 세상 길모퉁이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원기는 더 이상 특별한 태생이나 외모, 극복의 스토리로 내 시선을 끌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피아노를 치고, 요리를 하고, 헬스를 하며 몸짱에 도전했다. 어느새 유명해진 원기는 유명 연예인들과 콜라보 영상도 찍고,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근황과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한 번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원기를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는데, 또 한 번 심쿵!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꿈이 뭐냐는 김현정 앵커의 질문에 원기는 운전을 배우는 거라고 했고, 그다음은? 의 질문에 여자 친구를 사귀는 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원기의 그 대답에 당혹스럽게도 눈물이 났다.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 나도 모르게 솟구치는 눈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뭐였을까?

원기는 더 이상 나에게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극복의 아이콘, 언제 스러질까 염려스러운 연약한 어린잎이 아니라, 나무처럼 무럭무럭 성장해서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매력적인 아티스트로서,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강한 정신을 가진 리더로서 오히려 나에게 쉴 수 있는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린 원기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어둠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나는 지금 얼마나 성장했나를 반문하게 했다.

원기는 자신의 '병'과 '다름', '죽음' 까지도 생각하고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거침이란 없다.

물론 원기 자신도 책에서 쓰고 있듯이 아주 가끔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감정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새 소아조로증의 평균수명을 뛰어넘어 열여덟 살 청소년이 되었다. 2년 뒤면 성인인 자신이 아주아주 기대된다고 말한다. 더 자라서 어른이 될 자신의 모습이!

원기가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삼행시다.

홍, 홍원기는

원, 원기 회복이 가능하다.

기, 기를 모아 잠을 잔다!

이 삼행시를 읽고는 이 책리뷰를 <읽기의 천사>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건강할 결심>에 넣어야 할지 갈등이 되었다. 원기의 원기 왕성한 건강 비결이 잠이라는 비밀도 살짝 알려주는 멋진 삼행시다.

그래, 살아보자. 살아보는 거다. 숨이 남아 있는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보는 거다. 아니, 숨을 쉬어보는 거다. 그보다 더 좋은 방책은 아무것도 없다. 가까운 것을 사랑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될수록 즐겁게 아름답게 살아보는 거다. 아마 그것이 원기 군의 삶의 방식이 될 것이고 나의 삶의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기 군과 내가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지구 위에서 어렵게 만나 친구가 되었고, 인생이라는 낯설고도 먼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 되었다. 권기 군의 부모에게 위로와 축복을 드리면서 원기 군에게도 힘겹지만 아름답고 유익한 인생 여행을 잘해주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더불어 독자분들도 이 책을 통해서, 원기 군의 삶과 생각과 고백과 충고를 통해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인생을 따스하게 보듬어 안는 정다운 사람,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에 잘 온 사람들이다. 이 한 번뿐인 지구 여행을 아주 열심히 아름답게 마치고 나서 지구를 떠날 일이다.

-나태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