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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10. 2024

혁명은 읽기이며 천사는 행간에 있다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읽어라. 창조주이신 주의 이름으로.
아주 작은 응혈에서 사람을 만드셨다.
읽어라. 너의 주는 더없이 고마우신 분이라.
붓을 드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사람에게 미지의 것을 가르쳐주신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  자음과 모음  | 사사키 아타루



 제목부터가 강렬한 이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일본 사상계에서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가 책과 혁명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루터, 마호메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라캉, 버지니아 울프 등의 풍성한 사례를 들어 ‘책이 곧 혁명’ 임을 힘차게 선포한다.

 사사키 아타루에게 혁명이란 읽고 쓰는 것이다. 혁명이란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닌, 책을 읽고 쓰는 것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시대를 바꾼 모든 혁명은 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지식과 깨달음, 거기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고.



 이 책은 나의 인생을 변화시킨 책 중 한 권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읽고 쓰기에 대해 이토록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말해준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난독증 증상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을 지금까지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크고 떨칠 수 없는 후회로 가지고 있는 나에게, 사사키 아타루의 외침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지금의 나는 난독증이든 더한 병이 있든 집어 들고 읽는다. 읽지 않고서는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사사키 아타루의 외침이 이미 내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나의 독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혁명적인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다. 책은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선택과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읽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고 강하게 말해준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새삼 감사한 마음이 차 오른다.

 연재하는 이 브런치북의 이름을 <읽기의 천사>라고 지은 것도 사사키 아타루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사키 아타루에 의하면 천사는 하늘에 있지 않고, 책 속에, 글자의 행간에, 글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글을 따라가는 눈에 있다. 무함마드가 천사를 매개로 신의 말을 '읽'게 되었듯이 나, 너, 우리가 '읽'는 지복을 누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 또한 매 순간 특별하며 거룩한 일, 즉 기적이다.


“어차피 읽히는, 읽히는 것밖에 읽지 않는, 읽지 않아도 이미 안다며 얕보고 읽지 안”는 안일함이 죽음을, 한없는 죽음을 낳는 것입니다.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그에게 그 소리는 하늘의 계시로 여겨졌습니다. 그는 집어 들고 읽었습니다.

‘읽는 것’만은 손에서 떼놓지 않고 나아가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역시 시야를 가능한 한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넓게, 더 넓게, 더더욱 넓게.

읽을 수 없는 것이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전화하고, 읽을 수 있는 것이 갑자기 읽을 수 없는 것으로 흐려지는 이 절대적인 순간. 이 자체가 '천사'이고, '천사적'인 것입니다. 읽을 수 없을 터인 것을 읽는 것, '읽는다'는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천사적인 일입니다.





연재 중인 브런치북입니다.


+ 일요일과 목요일 -<길모퉁이 글쓰기 카페>

+ 화요일과 토요일 -<읽기의 천사>

+ 월요일과 금요일 -<건강할 결심>

+ 수요일과 토요일 -<오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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