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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r 19. 2024

독서는 힘들다

-장대익 <공감의 반경>1


진화생물학자 장대익의 <공감의 반경>을 읽고 있는데, 중요하게 와닿는 지점들이 많다.

다 읽고 전체적인 후기를 쓰겠지만, 오늘은 특히 독서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 204 - 209쪽을 필사 수준으로 정리해 본다.




독서는 원래 힘든 것이다

문자는 대략 8000년 전쯤에 발명되었고 6000년 전쯤 수메르인들이 점토에 글을 새기며 전수하기 시작했으니 250만 년 전에 시작된 호모 종의 관점에서 독서는 최신의 발명이다. 우리의 뇌는 책을 읽게끔 진화한 적이 없다. 독서가 힘든 노동인 것은 이 때문이다.


독서는 뇌에 큰 부담을 준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전수해 주려면 뇌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독서가 인류의 보편적 행위로 발전한 이유는 그 비용보다 이득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 이득이란 사회적 학습 능력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학습 능력이란 남을 보고 배워 전수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적 학습의 대표적 사례인 독서는 문명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굳이 책이어야 하는가? 

MZ세대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디지털 시대의 책과 독서의 의미를 묻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무언가를 탐구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정보를 찾아 정리한다.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면서. 정보를 검색하며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 멀티 태스킹은 디지털 시대의 습관이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너무 산만해졌다. 쏟아지는 정보의 폭포를 맞아 검색력은 화려해졌으나 사고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창의적인 생각은 느린 인지 과정에서 나온다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느린 인지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독서는 필살기다. 책은 느린 생각에 최적화된 매체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을 다르게 보며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느린 과정이다.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새롭게 보는 작업을 즉각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일어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독서가 이 느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느리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독서를 통해 느린 생각을 훈련하는 독자들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몰입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독서는 뇌 전체를 활성화시킨다

영화나 TV를 보고 몰입할 때 우리의 뇌는 주로 시각 피질만 활용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몰입할 때는 뇌 전체가 활성화되고 활용된다. 뇌 전체가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한 면을 보고 기존에 연결하지 않았던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들이라 할 수 있다. 정보 범람 시대에 우리 자녀들에게 정말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창의적 연결 능력이라고 한다면 독서는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효과는 한마디로 우리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독서의 사고력 측면이다. 그렇다면 독서가 정서적. 인지적 공감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독서는 공감력을 향상한다.

어떤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소설책을 주고 9일에 걸쳐 매일 책의 1/9씩을 읽게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마다 그들의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책을 읽는 동안 좌각회/연상회라고 부르는 부분과 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연결이 강해졌다. 좌각회/연상회는 글의 이해 및 공감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고 내측 전전두피질은 공감, 연민과 같은 사회적 정서 반응 및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위다. 이 부위의 연결이 강해졌다는 것은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생각, 감정, 지식 등을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인지적 공감이 향상된 것이다.



독서는 뇌를 변화시킨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한동안 체성감각피질과 후두엽에서의 연결 강도가 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마치 주인공과 같은 행동을 한 것처럼 그 활동 상황이 실제 뇌 속에서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그런 연결이 독서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는 사실은 결국 독서가 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최근의 뇌과학자들은 뇌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뇌는 해부학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떻게 뇌를 쓰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독서는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뇌를 모두 변화시키는 가소성의 원천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건강한 뇌를 가질 수 있다.




독서는 힘들다. 독서는 다른 매체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모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더 쉽고 빠른 생산성이 보장되는 매체를 선택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선택하는 근기를 발휘하는 것은 소모적인 것 같은 비용의 지불이 결코 소모적이 아닌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 재확인하기 때문이다. 깊이 있게, 다르게, 새롭게 생각하여 연결할 때 꽃 피우는 창의성은 느림에서 나온다. 쌓고 지속해 나가고 숙성되는 과정에의 믿음, *근기가 필요하다.


*근기 根氣

근본이 되는 힘

참을성 있게 견디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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