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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r 30. 2024

부활절 이야기

-회색 토끼, 브라운 토끼, 흰색 토끼




옛날 한 옛날 깊은 산속에 신앙심이 깊은 토끼 세 마리가 살고 있었다.

회색 토끼, 브라운 토끼, 흰색 토끼였다.


어느 날, 하느님이 이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기 위해 달님을 불렀다.

달님은 나그네로 변장하여 회색 토끼, 브라운 토끼, 흰색 토끼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웃기웃 넘어갈 무렵 달님은 숲 속으로 내려와 회색 토끼집을 찾아갔다.

"똑똑- 계십니까?"

"누구시지요?"

회색 토끼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네-,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숲이 깊어 이제 밤이 되려고 하니 제게 잠자리를 좀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루종일 걸었더니 배도 몹시 고픕니다."

"그럼요, 얼른 들어오세요. 마침 기도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려던 참입니다."

회색 토끼는 나그네를 식탁으로 안내했다.

식탁에는 맛있는 저녁밥이 차려져 있었다.

회색 토끼는,

"차린 것은 없지만, 저랑 나누어 먹읍시다."

하면서 나그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회색 토끼의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회색 토끼에게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하느님에게로 갔다.

"소문대로 회색 토끼는 참 친절하고 신앙심도 깊었습니다."

하느님은 환한 미소로 달님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하느님은 이제 브라운 토끼집을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웃기웃 넘어갈 즈음, 달님은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온 숲 붉게 수놓는 것을 보았다.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브라운 토끼집에 도착했다.

"똑똑- 계십니까?"

"......"

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십니까?"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브라운 토끼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네-,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숲이 깊어 이제 밤이 되려고 하니 제게 잠자리를 좀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루종일 걸었더니 배도 몹시 고픕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이제 막 기도를 끝내고 저녁을 준비하려던 참입니다.

들어와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브라운 토끼는 나그네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하여 나그네를 식탁 앞으로 초대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차린 것은 많지 않지만 많이 드세요."

브라운 토끼는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이 얼마나 배가 고플까 걱정하면서 자신보다 불쌍하고 지친 나그네에게 음식의 대부분을 덜어 주었다.

나그네는 브라운 토끼의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찡하게 고마움을 느꼈다.


깊은 잠을 자고 잘 쉰 나그네는 다음 날, 아침 해가 환하게 떠오르자 브라운 토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하느님에게로 돌아왔다.

달님은 하느님에게 브라운 토끼가 얼마나 신앙심이 깊고 또 친절한지 이야기해 주었다.

말없이 웃음을 웃던 하느님은 이제 흰색 토끼집을 가 보라고 달님에게 부탁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웃기웃 넘어갈 즈음, 달님은 하나 둘 하늘에 별들이 빛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숲 속의 나무도, 하늘을 날던 새도,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듯 조용했다.

오로지 별들만 반짝반짝 노래했다.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흰색 토끼집에 도착했다.

"똑똑- 계십니까?"

"......"

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똑- 계십니까?"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똑- 계십니까?"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흰색 토끼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다.

"누구신가요?"

"네-,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숲이 깊어 이제 밤이 되려고 하니 제게 잠자리를 좀 내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루종일 걸었더니 배도 몹시 고픕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들어와서 좀 쉬세요.

기도를 하느라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흰색 토끼는 저녁을 위해 먹을거리를 구하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숲 속은 이미 어둑어둑, 어디에서도 먹을 것을 찾기란 어려웠다.

흰색 토끼는 집으로 들어와 나그네에게 물었다.

"혹시 고기도 드시는지요?"

나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것이나  좋습니다. 그저 간단하게 먹을 것이 있으면 됩니다."

흰색 토끼는 저녁을 짓기 위해 피워놓은 모닥불 위로 몸을 던졌다.

나그네는 깜짝 놀라서 흰색 토끼를 말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나그네로 변장한 달님은 곧 하느님에게로 달려갔다.

그런데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달님을 맞으셨다.

그리고 하느님 무릎에는 바로 그 흰색 토끼가 앉아 있었다.

달님은 하느님에게 흰색 토끼가 자신에게 베푼 은혜와 희생에 대해 얼마나 고마운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달님은 하느님께 자신이 가는 어디든지 흰색 토끼를 데리고 다닐 수 있겠는지 물어보았다.

달님은 세상 사람들이 달님을 볼 때마다 함께 있는 토끼를 보면서 사랑과 희생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느님께 이야기했다.

그리하여 달님은 항상 흰색 토끼와 함께 밤하늘에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사순시기 약 한 달 동안, 부활을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다.

일 년 중에서도 부활절 때, 달님은 토끼가 가장 잘 보이도록 더 눈부시고 동그랗게 된다.

부활절 저녁, 잊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려고 한다.

달님과 함께 있는 흰색 토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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