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Apr 18. 2024

마니피캇

-이원길 <태초의 의사들>


브런치 마을의 다정한 이웃 이원길 작가님께서 쓰신 책 <태초의 의사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귀여운 강아지 프로필 사진과 작가소개 글에 눈길이 갔다. '마니피캇'. 마니피캇은 떼제 미사곡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었고, 이러한 단어로 자신을 소개를 하신 작가님의 행보에 호기심을 느끼던 중 마침 출간하신 책을 읽게 되었다. 의학에 대해 무지한 나에게 어렵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책을 받아보는 순간, 미소가 번졌다. 딱 손바닥 만한 작고 귀여운 모습에다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고 흥미진진했다. 의료가 발달하지 않았던 태초의 인류가 예술가와 같은 정교한 손으로 생명을 지키고 돌보았던 모습을 경이롭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태초의 의사들 |  지은이. 이원길  | 펴낸이. Ryan | 펴낸곳. 마니피캇


이원길

20대 시절에 이승철, 이문세, 김건모, 이소라 콘서트 연출팀에서 총연출을 배우고 무대 공연 총감독 자리에 오른 뒤 은퇴했다. 이후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스티브 잡스의 성과들을 마케팅하던 중 회심 체험을 하면서 이태식 신부님을 따라 선교지 파견을 결심하고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 수도 생활 3년째 되던 해에 신부님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선교지 파견이 여의치 않게 되어 환속해 헬스케어 컨설팅펌에서 7년을 일했다. 보건산업진흥원 강사로 활동하던 중 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프로젝트에 치여 정체되는 느낌을 받아 성빈센트병원 프로젝트를 끝으로 스타트업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이후 5개 스타트업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매분기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여왔다. 그 중에 1개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됐고, 1개 회사는 전사했으며, 3개 회사는 여전히 치열하게 전투 중에 있다. 현재는 선한 지향을 가졌지만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의 브랜딩을 도우며,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의학을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을 펴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 의학은 불과 200년 간에 이뤄진 폭발적 진보의 결과다. (...) 의학의 역사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열한 생의 투쟁의 역사였다. (...) 의사라는 업이 얼마나 숭고한 사명을 지닌 업이었던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 의사 선생님'이라는 업의 지위가 제대로 자리잡은 건 채 100년이 안 된다. 그 전 세대의 의사들은 병의 원인을 정확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의료 행위를 해도 사망률이 꽤 높았던 원망의 대상이자(마취의 역사도 그리 길지 않았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네 침상을 들고 가라 (12쪽 - 14쪽)



사원엔 출산 전용 공간으로 쓰인 흔적이 있는 장소가 있었다. 인류 최초의 산부인과 병원 역할을 한 셈이다. 굳이 산꼭대기까지 원정 와서 아이를 낳아야 할 필요가 있었을 만큼 이 곳은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신성한 장소였다. (...) 사원이자 병원을 만들기 위해 병을 얻은 셈이다. (...) 독일의 철학자 노발리스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인간의 끊임 없는 탐구 본능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철학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래서 어디에서든 고향을 찾고 고향을 만들려는 마음의 충동이다."

태초의 산부인과 (20 - 27쪽)


태초의 치과 의사들은 모두 고도로 숙련된 공예 장인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곳에서 치아에 낸 구멍보다 더 작고 정교한 구멍을 낸 구슬이 발견됐고, 그와 같은 구멍을 내는데 쓰인 더 가늘고 날카로운 드릴 헤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 태초의 치과 의사들은 자신 있었을 것이다. 치아보다 더 작고 정교한 보석을 세공하던 보석 세공사가 본업이었을 테니 말이다.

태초의 치과 의사들 (42 - 45쪽)


석기 시대 성인 남성들은 대부분 숙련된 사냥꾼이었다. 집단의 숙련된 사냥꾼들은 사냥이나 전투 중에 입은 여러 종류의 부상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 머리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마주한 태초의 뇌수술 집도의들은 비장한 각오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실한 마음으로 이 수술을 집도했을 것이다. (...) 태초의 뇌수술 의사들은 소를 대상으로 천공술에 대한 연습을 했다. 소를 대상으로 천공술을 연습할 만큼 천공숭의 치유력에 대한 믿음은 꽤나 높았다.

태초의 외과 의사 (49 - 55쪽)




마니피캇 Manificat

Manificat은 라틴어로 찬미, 찬양을 뜻한다. 파생된 영단어 Magnificent는 참으로 아름다운, 위대한이라는 의미를 지나고 있다. 태중에 예수님을 모신 성모님이 엘리사벳 성녀를 만났을 때 성령으로 말미암아 터져나온 찬미가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찬미와 찬양을 의미한다. (101쪽)


내 영혼이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기뻐합니다
내 영혼이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


쿠키 같은 책

작가님은 평소 '책이 책을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쿠키' 같이 단숨에 먹어치울 수 있는 쉽고 맛있는 책을 내서 독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완독의 성취감을 느끼면서도 뭔가 새로운 걸 얻었다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책을 내겠다고 생각했고, 작가님의 소신대로 작고 얇고 가볍고 쉽고 재미있는 독특한 쿠키 같은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태초의 의사들> 넘겨보기


Magnificat (Canon) | Taize



이전 26화 본성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