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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pr 21. 2024

삶은 여행


시답잖은 우스개 소리로 시작해 볼까 한다. 수십 년 전에 읽은 '깔깔 유머'다. 기차간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두 사람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서로 보고 있던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사를 나누었고, 각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머리가 허연 두 현자는 어느덧 '삶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때 오징어, 땅콩, 과자, 초코바, 귤, 사이다, 커피 등등을 잔뜩 실은 수레가 지나갔고, 그것들을 판매하는 점원이 외쳤다. "삶은~ 계란! 삶은~ 계란!"



어제 발행한 글에 가수 이상은의 노랫말을 썼더니 읽으신 분들께서 이상은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시고, 근황을 궁금해도 하셔서 댓글을 달던 중 불과 몇 달 전에 출간된 책을 발견했다. 이상은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삶은 여행'의 노랫말로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책을 반가워하며 한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이상은의 대표곡 중 하나인 <삶은 여행> 노랫말을 글로, 오승민 작가의 그림을 넣어서 만든 특별한 그림책이다.



마음을 다친 이에게 힘이 되는 노래였음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을 입으니 새로운 형태의 생명력을 가진 힘이 되겠군요! 
기도로 만든 노래이므로 누군가에게 삶을 향한 긍정의 기도로 다가가기 바랍니다. 

노랫말 이상은


가수 이상은의 노래 '삶은 여행'에는 스러져가는 시간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있습니다.
인생의 화양연화를 지나 언젠가 끝나는 삶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외로운 여행길에서 위로가 되는 순간들은 작고 별 볼 일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거리에 있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당신을 떠올리며 그렸습니다.

그림 오승민


삶은 여행  | 글 이상은 | 그림 오승민 | 나무의 말 그림책 (2023.10.16)











“가난했고, 착했고, 무모했고, 여렸고, 무지했고, 순수했다. 오로지 궁금한 것을 알아보고 체험해 보자는 것이 바람의 전부였다. 정신 차려보면 총성이 가끔씩 들려오는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 어둠 속에 누워 공포에 떨기도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일본의 어느 바닷가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또 눈을 떠보면 런던의 기숙사에서 숙제더미로 어지럽혀진 좁은 침대에 누워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다 잠들기도 하고...” 

뮤지션 이상은은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으나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꼈다. 글쓰기, 그림, 바느질, DJ를 했고, 책도 여러 권 냈고, 미술 전시도 했고,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미술 공부와 음악 활동을 했다. 책도 많이 읽고, 많은 것을 배우고, 여행도 많이 하고, 소문도 많고, 그만큼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잘은 몰라도 지구 어딘가에서 또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그것을 잘 포장해서 다시 나타날 것만 같은 내 마음속 아티스트다.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단원고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무대 등에 서서 희망과 위로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가슴과 영혼과 마음과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삶은 여행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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