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카페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에 나를 맡겨라
계절의 공기를 마시고
술을 즐기며
과일을 맛보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어떤 수행자가 찾아와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불법의 큰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조주스님이 되물었다.
"전에 이곳에 온 일이 있었는가?"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또 다른 수행자에게 물었다.
"자네는 전에 이곳에 온 일이 있었는가?"
"예, 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자네도 차나 한 잔 마시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모두
"차나 한 잔 마시게."
라고 말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화두는 집착과 번뇌, 망상에서 깨어나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라는 의미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온갖 생각에 휘둘리고, 밥 한 술을 입에 가져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무의식은 여덟 가지의 생각이 일어난다고 하니 차 맛도 못 느끼고 차를 마시고, 밥맛도 모르고 밥을 욱여넣는 일이 태반이다. 일어난 한 생각은 곧 과거가 된다. '차나 한 잔 마시게'는 일체의 관념과 분별을 내려놓고, 꿈 깨고, 정신 차리고, 지금 일어나는 감정과 감각, 체험에 집중해서 현존하라는 말이다. 묻고 싶은 질문과 듣고 싶은 답이 모두 내 안에 다 있는데 엉뚱한 곳에 와서 묻고 찾으려 한다는 가르침이다. '너의 주인공은 어디에 두었느냐?'는 다그침이다.
2021년 봄에 만든 스톱모션 봄의 카페, 그때는 향기롭고 다양한 차를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보송한 마음이었다면, 2024년 봄. 이 영상을 다시 보면서의 마음은 '차나 한 잔 하시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 배가 부르도록 마셔야 할 무수한 차로 여겨진다. 현존하지 않는 병든 마음은 태산 같은 노력도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마는 허깨비 같은 것이므로. 차나 한 잔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