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2화.
이걸 비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슈 아저씨 빵집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아저씨가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모양의 빵을 만든 날은 그날 밤 꿈에서 또 다른 특별한 색깔과 모양의 빵을 보았다.
아저씨가 어릴 때 처음 먹어보았던 피에르 제과점의 보름달 빵이 나오기도 했고, 어린이날 학급 전체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 바나나 빵이 나오기도 했고, 생일날 엄마가 만들어 주신 산딸기 케이크가 나오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날 먹었던 초콜릿 케이크가 나오기도 했다. 또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양의 빵이 보이기도 했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추억 속의 빵과 케이크를 꿈에서 보면 그때의 개구쟁이 친구들과 지금은 돌아가신 다정한 부모님이 그리워서 아침에 깨었을 때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은 적도 있었다.
슈 아저씨의 꿈에는 추억 속의 빵만 나온 게 아니었다.
꽃과 나무, 보석과 무지개, 동물들도 나왔다. 때때로 이 세상에서 누구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색깔의 꽃이나 희귀한 모양의 동물, 눈부신 천사도 나왔다.
아저씨는 잠에서 깨자마자 그 모양을 노트에 그려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 밀가루 반죽으로 꿈에서 본 모양의 쿠키를 만들었다.
처음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노트와 연필을 준비해 두지 않아서 꿈에서 본 모양을 잊어버릴까 봐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노트와 연필을 침대 옆 테이블에 항상 준비해 두고는 잠에서 깨자마자 꿈에서 본 모양을 그대로 그려둔다. 그것이 꽃이라면 꽃잎의 수나 색깔을 그리고, 그것이 동물이라면 눈동자 모양이나 무늬, 수염의 각도까지도 정확하게 그리고 특징적인 내용을 적어두었다. 꿈이 쌓여갈수록 아저씨는 재료 창고에 밀가루를 가득 쌓아둔 것처럼 든든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도록 매일 밤 꿈을 꾸고, 꿈일기를 썼다. 그 꿈일기를 바탕으로 슈 아저씨만의 레시피 노트를 만들고, 레시피 노트대로 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꿈을 많이 꾸었다 해도 그 꿈을 빵과 쿠키로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하나의 빵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야 했다. 사실 아저씨의 진짜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수많은 노력이란 이런 것들이다.
슈 아저씨는 매일 산책을 하면서 꽃이나 새, 나뭇잎의 모양을 눈에 담아와서 그림을 그렸고, 주말이면 마을 도서관에 가서 꿈에 나온 동물이나 식물, 보석에 대한 책을 읽었고, 음악회에 가서 다양한 테마의 연주를 들었다. 기회가 닿는 대로 한 번도 안 해본 운동도 배우고 춤도 배웠다. 그리고 그날 팔고 나서 남은 빵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빵을 만드는데 그런 노력들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슈 아저씨는 이런 작은 호기심과 노력들이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녹아들어 더 맛있고 아름다운 자기만의 빵이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동네 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모양의 빵과 쿠키가 나오는 슈 아저씨 빵집을 좋아했다. 돈이 없거나 사 먹지 않은 아이들도 빵집 유리창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새로 나온 빵 모양을 구경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산책하시면서 슈 아저씨네 빵집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슈 아저씨가 만든 곰돌이 모양의 약과를 맛보고는 자신이 어릴 적 일본에 살았을 때 본 적이 있는 빵과 비슷한 모양을 다시 보게 되어서 반갑다고 했고, 어떤 할머니는 슈 아저씨가 만든 녹차 롤 케이크를 먹다가 피난 시절에 먹었던 빵맛을 느꼈다며 고마워했다. 이웃 어르신들은 슈 아저씨가 만든 빵을 먹고 좀 더 젊어진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슈 아저씨는 빵을 많이 사든 적게 사든 사지 않든 상관없이 아저씨가 만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똑같이 친절하게 대했다.
슈 아저씨네 빵집은 점점 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빵이 가득한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빵집이 되어갔다. 슈 아저씨 빵집이 잘 된다고 소문이 나서 이웃의 다른 빵집에서 따라 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따라 할 수가 없었다.
그 특별함은 슈 아저씨만의 꿈과 슈 아저씨만의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