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4화.
빵집 슈 아저씨와 꽃집 데이지 양은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 그것도 바로 옆집에 살았고, 계속 같은 학교를 다녔다. 데이지 양의 생일은 6월 16일이었고, 슈 아저씨의 생일은 6월 17일이었다. 그래서 서로 생일을 잊어버린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늘 같이 생일 파티를 했다.
쌍둥이자리인 둘은 얼굴이 동그래서 달님을 닮았다.
달님 같은 둘이 늘 같이 다녀서 이웃 사람들 중에는 둘이 남매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자란 사이좋은 친구인 둘은 커서도 이웃이 되어 서로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냈다.
데이지 양 꽃집에서 어여쁜 자스민 꽃이 피면 슈 아저씨 빵집에서 자스민 향이 나는 꽃빵을 팔았다.
슈 아저씨가 개구리 모양 쿠키를 만드는 날에는 데이지 양의 꽃집 화단에서 개구리가 나왔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이 각별하게 친해진 데는 얼굴이 달님을 닮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바쁜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같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 항아리가 있는데, 그 이야기 항아리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은 이야기 항아리에 쌓인 이야기가 비슷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은 영화 보는 것과 책 읽는 것,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야기 항아리에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왔다.
누가 먼저 이야기 항아리의 뚜껑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은 매일 만나고 매일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야기 항아리 뚜껑을 닫을 때는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웃 사람들은 사이좋고 닮은 둘이 나중에 결혼할 거라고 말했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사실 슈 아저씨는 마음속 깊이 데이지 양을 좋아하고 있었다.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초승달을 보면 데이지 양의 눈썹을 떠올리고, 보름달을 보면 데이지 양의 웃는 얼굴을 떠올릴 만큼 좋아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슈 아저씨는 이웃들의 말처럼 정말로 데이지 양과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해서 같은 집에 살면 이야기 항아리 뚜껑을 닫지 않아도 될 테고, 그러면 아쉬운 마음도 없을 것 같았다.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을 생각하면서 시를 쓰고 노래도 지었다.
슈 아저씨의 빵집은 장사가 잘되어서 결혼해서 살 집도 장만했다.
지난주 쉬는 날에는 백화점에 가서 데이지 양에게 고백할 때 입을 멋진 양복도 한 벌 사 두었다.
꽃집을 하는 데이지 양에게 꽃보다 더 멋진 케이크를 선물하려고 생각도 해 두었다.
그건 바로 데이지 양이 좋아하는 슈크림 빵을 쌓아서 만든 크로캉 부슈에 데이지 양이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꽃으로 장식한 특별한 케이크였다.
슈 아저씨는 꿈꾸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상상하는 것도 좋아했다.
결혼을 하면 슈 아저씨의 빵집과 데이지 양의 꽃집을 합쳐서 <슈와 데이지의 꽃과 빵>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새롭게 열 상상을 했다.
새로운 가게에는 낡은 오븐 대신 멋진 화덕을 설치하고 한쪽에는 꽃집과 빵집을 조화롭게 이어 줄 카페를 열 계획도 세웠다. 향이 좋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틈틈이 바리스타 공부도 했다.
데이지 양은 커피보다 딸기차와 자스민 차를 좋아했지만 슈 아저씨가 정성껏 내린 커피도 틀림없이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배워나갔다.
슈 아저씨는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고, 아주 천천히 실행해 옮기는 성격이었다. 슈 아저씨는 생각의 씨앗을 마음속 화분에 심고 그것이 잘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슈 아저씨의 좌우명은 '물 주자 키우자 피우자'였다.
슈 아저씨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데이지 양에게 청혼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데이지 양에게 들려줄 기타 연주를 연습하면서, 추운 겨울을 하나도 춥지 않게, 따뜻하게, 하루하루를 설레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