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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13. 2024

뜻밖의 고백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6화.



활짝 핀 벚꽃 때문일까? 크고 화려한 보니씨의 초콜릿 가게가 유난히 더 커 보이던 어느 날이었다.

보니씨는 초콜릿 가게를 장식할 꽃을 사기 위해 데이지 양의 꽃집에 들렀다.

보니씨는 어릴적 친구였던 데이지 양을 커서 다시 만나자 너무나 반가웠다. 

어릴 때도 예뻤지만 꽃보다 더 예뻐지고 아침 햇살보다 친절한 데이지 양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날부터 보니 씨는 매일 아침마다 데이지 양의 꽃집에 들러서 초콜릿 가게를 장식할 꽃을 사 갔다. 

처음에는 계산대 쪽에 꽃을 장미와 안개꽃 한 다발을 사 갔다면 다음 날은 입구 출입문 쪽에 놓을 꽃들을 색깔별로 여러 다발 사 갔다. 

그 다음 날은 데이지 양 꽃 가게에 있는 꽃 전부를 다 사 갔다. 

하니봉봉 가게 안은 초콜릿보다 꽃이 더 많아졌다. 

꽃을 놓을 자리가 없어진 보니씨는 이번에는 가게 밖 정원을 장식할 화분을 사 갔다.

또 그 다음날은 초콜릿에 넣을 식용 꽃과 허브를 주문했다.



말이 자라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슈 아저씨와는 달리 보니씨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었다.

오늘 이 말을 해야겠다 생각하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하고, 각종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생각한 일은 무엇이든 성공시키는 보니씨의 좌우명은 '세상의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였다.



보니씨는 아침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데이지 양에게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음식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쉬는 날에 무엇을 하는지 물어봐야지.”

보니씨는 데이지 양을 만나서 아침에 생각해 둔 것을 물어보았고, 데이지 양은 노란색을 제일 좋아하고, 음식은 스파게티와 젤라또를 좋아하고, 쉬는 날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보니 씨는 다음 주말에 번쩍이는 노란색 스포츠카를 타고 데이지 양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데이지 양이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미리 예약해둔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맛있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고, 후식으로 달콤하고 시원한 젤라또를 먹었다.



보니씨와 데이지 양은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이었지만, 보니씨가 학기 초에 일찍 전학을 가서 서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고, 둘은 쉽게 말을 놓지 못했다. 

존댓말을 쓰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보니씨의 모습에 데이지 양은 어느새 지금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니씨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약간 어색했던 데이지 양도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많은 기억이 되살아나 보니씨와의 이야기가 무척 즐거웠다. 하루 사이에 서로의 이야기 항아리가 동이 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날, 보니씨는 데이지 양 집까지 바래다 주었고 마지막 까지 매너좋게 행동했으며, 다음 약속까지 잡았다.



운명의 장난일까? 마침 슈 아저씨는 보니씨의 초콜릿 가게로 인해서 떨어진 매출을 올리는데 신경을 쓰느라 신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었고, 예전만큼 데이지 양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과 만나지 않는 모든 시간 동안의 노력도 모두 데이지 양과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보니씨는 하루 일을 마치고나면 데이지 양을 데리러 왔고, 데이지 양은 처음에는 너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보니씨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렇게 바쁜 일을 하는 보니씨가 자신이 말한 것은 아주 작은 것도 잊지않고 기억해두었다가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믿음이 가기 시작했고, 그런 일들이 하루 하루 쌓여가자 보니씨의 진심이 받아들여졌고, 결국 보니씨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보니씨는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데이지 양에게 청혼을 했다. 데이지 양이 제일 좋아하는 슈크림 빵을 쌓아올린 크로칸부슈에 보니씨의 특허 상품인 와인봉봉으로 장식한 케이크와 노란 장미 백송이를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와 결혼을 하면 힘들게 꽃집을 할 필요가 없어요. 제게는 데이지 양이 좋아하는 모든 꽃과 나무가 있고, 말하는 앵무새와 아름다운 잉어들이 헤엄치는 연못이 딸린 큰 정원도 있어요. 이렇게 근사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매일 저녁 파티를 하는 거예요.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우리가 결혼을 하면 무척 행복할 거예요. 데이지 양은 제가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공주님이에요. 당신은 지금까지 제 눈으로 보아온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에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데이지 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금방 금방 생각해 내서 기분 좋게 해주는 보니 씨의 진실된 모습에서 순간, 황금빛 아우라를 본 것 같았다. 데이지 양은 보니씨의 뜻밖의 고백에 큰 감동을 받았고 청혼을 받아들였다.



집으로 돌아온 데이지 양은 잠들기 전,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항상 함께 해온 다정한 슈 아저씨를 생각했다. 은은한 달빛을 닮은 슈 아저씨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에 구멍이 뚫려 서늘한 바람 한줄기가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곧 슈 아저씨와는 서로 미래를 약속한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고, 슈 아저씨는 둘도 없는 좋은 친구이긴 하지만 보니씨에게서 느껴지는 설레임은 없다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결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친구는 영원히 친구니까 결혼을 해도 슈 아저씨와의 우정은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뚫렸던 구멍이 메워지고 서늘한 바람이 따스해졌다.

달님의 얼굴이 슈 아저씨에서 보니씨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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