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7화.
한번 마음에 둔 것을 오랫동안 생각하는 슈 아저씨는 하니봉봉의 보니 씨가 데이지 양의 꽃집에 매일 나타나서 점점 오래 머무는 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꽃을 사러 온 손님인 보니 씨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탓했고, 그 둘이 결혼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데이지 양이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이 이상했지만, 데이지 양이 기분이 좋으면 슈 아저씨도 행복했기 때문에 곧 이상한 기분을 떨쳐 버렸다.
예쁜 데이지 양이 예전보다 더 예뻐지고 행복한 데이지 양이 예전보다 더 행복해진 이유가 보니 씨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봄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슈 아저씨도 봄이 와서 행복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슈 아저씨는 겨우 내내 기쁘게 기다렸던 고백을 할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마음 속 화분에 심어둔 생각이 자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
슈 아저씨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양복을 꺼내놓고 데이지 양을 생각하며 쓴 시와 노래를 떠올렸다.
열심히 연습한 기타도 줄을 감아서 바른 소리가 나도록 맞추어 놓았다.
그날 밤 슈 아저씨는 달나라에서 데이지 양과 춤을 추는 근사한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아침, 가엾은 슈 아저씨는 꿈 속에서도 못 본 악몽을 보고 말았다.
커다란 이삿짐 트럭이 슈 아저씨네 빵집과 데이지 양의 꽃집 사이에 ‘덜컹!’ 멈추어 서더니 데이지 양의 짐들을 싣고 가버린 것이 아닌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데이지 양은 슈 아저씨에게 편지를 남기고 떠난 것이었다.
늘 고마운 친구, 슈에게
슈,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친절하고 재미있는 친구로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동안 너에게 받은 도움과 배려는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어.
어릴 때 우리가 함께 보았던 무당벌레, 민달팽이, 콩벌레...
내가 종이접기를 잘 못해서 니가 접어준 비행기, 배, 별, 종이학...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얼마나 큰 세상을 보았는지 말이야.
슈, 나는 보니 씨와 결혼할 거야.
너도 알겠지만 보니 씨는 참 좋은 사람이야.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해.
네가 틀림없이 축하해 줄 거라고 믿어.
내가 결혼을 해도 너는 영원히 아름다운 내 친구야.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안녕히.
-오랜 친구, 데이지로부터
슈 아저씨는 텅 빈 데이지 양의 꽃 가게에서 슬픔에 잠긴 채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데이지 양이 쓴 편지를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아주 잠깐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 데이지 양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보니 씨가 좋은 사람이고 데이지 양이 행복하다면, 데이지 양의 말대로 영원히 아름다운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슈 아저씨는 그날 밤, 수많은 노래를 불렀다.
데이지 양과 함께 부르던 노래들이었다.
티라리라리라 새들이
티라리라리라 노래해
빨강 노랑 초록 꽃들이
티라리라리라 춤춰요
Lavenders blue, dilly, dilly
Lavender's green
When I am king, dilly, dilly
You shall be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