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8화.
슈 아저씨는 며칠 동안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몸이 아플 때 쉬어야 하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쉬는 것이 필요했다.
슈 아저씨는 이야기 항아리 속에서 데이지 양과 같이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부숴버리고는
벌써 내일이면 준 사람은 잊어버리는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당신은 내가 준 마음을
마치 예쁜 장난감처럼 작은 손으로 장난을 하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고통받는지 알지 못해요’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과 같이 좋아했던 시인, 헤르만 헤세의 시를 떠올렸다.
슈 아저씨는 그동안 연습해 온 기타를 치면서 그 시를 노래로 불렀고 그러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슈 아저씨는 다시 가게 문을 열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데이지 양의 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꽃이 없는 꽃집은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있었다.
정리가 안된 가게처럼 슈 아저씨의 마음도 아직 정리가 안된 것 같았다.
그때였다.
“끼이익!”
누군가 있는 걸까? 어디선가 나무 바닥을 밟을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슈 아저씨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끼이이익-!"
이번에는 더 큰 소리가 났다.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아니라 나무 틈이 벌어지는 듯한 소리였다.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가자 먼지로 뒤덮인 어두운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슈 아저씨는 소리가 나는 곳에 있는 돌멩이와 나무판자를 들추어냈다.
그러자 그 아래에서 작은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인가?
생쥐인가?
어두워서 무슨 동물인지 분간이 안 갔지만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만은 선명하게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마음씨 착한 슈 아저씨는 부서진 뻐꾸기시계에 깔려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달빛을 받아서 보여진 그 생명체는 고양이도, 생쥐도 아니었다.
그것은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초록 요정이었다.
갑자기 이삿짐을 챙겨서 떠나는 바람에 벽에 걸려있던 뻐꾸기시계가 떨어졌고, 뻐꾸기시계에 깔린 초록 요정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이삿짐 차가 떠나버린 것이었다.
슈 아저씨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초록 요정을 따뜻한 아저씨네 가게로 데리고 갔다.
초록 요정은 슈 아저씨에게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마법 가루를 선물로 주었다.
초록 요정이 말했다.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에 이 마법 가루를 넣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놀라운 일이 생길 거예요. 다만 다음의 세 가지를 꼭 지켜야 해요.
첫째, 한번 사용할 때 꼭 한 스푼만큼만 사용해야 돼요. 그렇게 세 번 쓸 만큼의 양이에요. 한 번에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 돼요.
둘째,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빌어야 해요. 진짜 원하는 소원이 아니면 소원 나라에 전달이 되지 않아서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의 보름달이 뜨기 전에 마법 가루를 다 사용해야 돼요. 그때가 지나고 나면 더 이상 효력이 없어진답니다.”
초록 요정은 다시 한번 자신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창밖으로 사라졌다.
초록 요정이 준 마법 가루가 든 유리병이 달빛을 받아 신비롭게 반짝였다.
마법 가루는 에메랄드 빛과 은빛이 뒤섞인 채 작은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마법 가루가 든 유리병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슈 아저씨는 유리병에 바짝 귀를 갖다 대었다.
바람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슈 아저씨가 어릴 때 소라고둥 껍질에 귀를 대고 들었던 바닷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날 밤 슈 아저씨는 모처럼 깊고 깊은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