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Jul 11. 2024

두 번째 소원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10화.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과 따뜻하고 맛있는 빵이 있는 크고 멋진 새 가게에는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고, 슈 아저씨는 적적한 마음이 들 틈도 없이 바쁘고 즐겁게 보냈다.

새로운 날들에 적응이 될 무렵, 슈 아저씨는 두 번째 소원을 생각했다. 



지난겨울, 아이들을 좋아하는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과 결혼해서 슈 아저씨를 닮은 건강한 아들과 데이지 양을 닮은 예쁜 딸을 낳는 꿈을 꾸었다.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지만. 



슈 아저씨는 슬픈 마음이 들어 머뭇거리다가 마법 가루를 조금 쏟아버리고 말았다. 

깜짝 놀라 마법 가루를 주워 담으려고 했지만 쏟아진 가루는 벌써 날아가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초록 요정이 양이 적어도, 많아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이를 어쩌지?……. 

그래도 아직 남은 것이 있으니 소원을 생각해 보자.’



슈 아저씨는 그동안 빵집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반죽을 빚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저씨가 빵집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찾아온 꼬마 손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동그란 보름달 빵을 들고 웃는 얼굴이 아기곰을 닮은 귀여운 아이였다.

달을 바라보면 그 옆에서 빛나는 별들도 보이듯이,

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자 잊고 있었던 다른 아이들의 얼굴들도 계속 계속 떠올랐다.



엄마에게 혼나서 우는 아이, 모자를 쓴 남자아이, 안경을 쓴 여자아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아이, 키가 너무 커서 어른인 줄 알았던 아이, 키가 너무 작아서 계산대에서 안 보이는 아이, 친구 생일이라고 선물로 빵을 사간 아이……. 

끝도 없이 떠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빵을 만드는 아저씨의 마음은 기쁨으로 차 올랐다.



‘타닥타닥’, 동글동글한 아이들의 얼굴 모양의 빵들이 뜨거운 오븐 안에서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바삭바삭 고소한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디서 왔는지 구름처럼 많은 아이들이 몰려와서 빵을 사고 아저씨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줄을 서는 것이 아닌가! 



지나가던 마을 신문의 기자가 이 모습을 보고 슈 아저씨 빵집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슈 아저씨는 기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정성껏 답을 했고, 아저씨의 이야기는 지역 신문에 실렸다. 

<꿈에서 본 특별한 쿠키를 만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빵집>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웃고 있는 슈 아저씨의 사진과 함께.



아저씨는 변함없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아예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나누어 주었다.

슈 아저씨는 아저씨의 꿈이었던 <슈와 데이지의 꽃과 빵>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슈 아저씨의 이야기 빵집>이라고 새로운 이름을 지었고, 그 이름은 아저씨가 쓴 책 제목이 되었다. 



<슈 아저씨의 이야기 빵집>은 나날이 유명해졌다. 

이제 마을 신문 말고도 더 큰 신문사와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다. 

사람들은 슈 아저씨가 이 마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슈 아저씨는 너무나 큰 행운에 기쁘고 감사했지만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이전 09화 첫 번째 소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