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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25. 2024

첫 손님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마지막 화.



아침이 밝아왔다.

지금까지는 꿈에서 무언가 형태와 색깔이 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젯밤에는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런 꿈도 다 있나? 이것도 꿈인가?'

슈 아저씨는 그 목소리를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꿈노트를 펼쳤다.

‘행복해지는 재능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슈 아저씨는 이 특별한 꿈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면서 가게로 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슨 변화가 일어났나 둘러보았다.

특별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슈 아저씨는 혼잣말로 말했다.

"마법 가루가 너무 적었나 봐.

초록 요정이 마법 가루가 너무 적으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또 내가 소원을 정확하게 말하지도 않았지…….

그리고 그동안 바쁘게 지내다가 세 번째 보름달이 뜬 마지막 날에 사용했으니 이미 효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마음씨 착한 슈 아저씨는 마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누구의 원망도 하지 않고 자신이 실수한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번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이만큼 잘살게 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슈 아저씨는 세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감사했다.

마법 가루를 다 사용해서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했다.



슈 아저씨는 그동안 몰래 품어왔던 자신의 생각에 대해 반성했다.

그런 생각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슈 아저씨는 보니씨가 부자이고, 그래서 일찍이 명문 학교로 유학을 갔고, 집안의 돈으로 큰 초콜릿 가게를 연 것을 조금은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교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데이지 양이 보니씨를 선택한 이유가 자신이 보니씨가 가진 크고 빛나는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살짝 했던 것을 기억했다.

데이지 양이 보니씨에게 가고 나서 아저씨는 결혼하기 위해 모은 돈으로 보니씨처럼 외국의 명문 학교유학을 가려고 생각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불편하고 어두운 생각들을 쏟아 내고 나자 슈 아저씨는 갑자기 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키가 한뼘 자라 큰 나무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젯밤 꿈 때문인지 오늘은 어떤 날보다 기분이 상쾌했다.

아침 햇살도 더 힘차게 느껴지고 빵집 안의 식물들도 더 싱싱해진 것 같았다.

슈 아저씨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소원 나무가 바로 자신이고, 그 어디도 아닌, 지금, 여기, <슈 아저씨의 이야기 빵집>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소원나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맞아, 행복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거야!”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이 열어놓고 간 이야기 항아리의 뚜껑을 닫았다.

슈 아저씨는 이 같은 깨달음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어제와 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시작했다.







슈 아저씨가 마지막 마법 가루를 넣어서 만든 사람 모양의 쿠키를 쟁반에 담아 쇼케이스에 진열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오늘의 첫 손님이었다.

“어서 오세요. 슈 아저씨의 이야기 빵집입니다.”



슈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손님을 바라보았을 때, 너무 놀라 쿠키가 담긴 쟁반을 떨어뜨릴 뻔했다.

문 앞에 서 있는 손님은 눈이 부셔서 바라보기 힘들 만큼 아름다웠다.

초록 원피스를 입은 손님은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상상한 적도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별히 반짝이는 눈을 가진 에메랄드 빛 원피스를 입은 손님은 아침 햇살 아래 눈부시게 서 있었다.

슈 아저씨와 초록 원피스의 손님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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