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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8. 2024

마지막 소원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11화.



데이지 양이 떠난 슬픈 봄이 지나고 싱그러운 녹음이 푸르른 여름이 오고 있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소원을 이루고 나서 너무 바빠진 나머지 세 번째 소원을 빌 틈이 없었던 슈 아저씨는 어느 날 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데이지 양의 눈썹 같던 초승달은 벌써 데이지 양의 얼굴처럼 둥글게 차오르고 있었다.



슈 아저씨는 마법 가루에 대한 초록 요정의 당부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첫째, 한번 사용할 때 꼭 한 스푼만큼만 사용해야 돼요. 그렇게 세 번 쓸 만큼의 양이에요. 한 번에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 돼요.


둘째,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빌어야 해요. 진짜 원하는 소원이 아니면 소원 나라에 전달이 되지 않아서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세 번의 보름달이 뜨기 전에 마법 가루를 다 사용해야 돼요. 그때가 지나고 나면 더 이상 효력이 없어진답니다.”



그리고 마법 가루 통을 열어보았다.

두 번째 소원을 빌 때 많이 써버린 마법 가루는 아주 조금 남아있었다.

파도 소리도 약해져서 바다보다는 시냇물 소리처럼 들렸다.



‘이게 마지막인데, 무슨 소원을 빌까? 이걸로 될까?’

욕심이 없는 슈 아저씨는 모든 것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마법의 힘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초록 요정이 당부했던 세 가지 중 두 번째, 정말 원하는 소원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사실 데이지뿐이야. 하지만 데이지는 이미 보니 씨와 결혼을 했잖아…….”

가엾은 슈 아저씨는 소원을 생각하다가 더 큰 슬픔에 빠졌다.



슈 아저씨 마음속에는 오직 데이지 양 밖에 없었다.

‘데이지가 보니 씨와 헤어지고 나에게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일을 마치고 나서 맛있는 차와 쿠키를 먹으면서 간밤에 꾼 꿈 이야기와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지만 막상 소원을 빌려고 하자 슈 아저씨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려 깊은 슈 아저씨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누구도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슈 아저씨는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끝내 소원을 말하지 못하고 그저 힘없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슈 아저씨는 새끼손톱만큼 밖에 남지 않은 마법 가루를 밀가루 반죽에 넣었다.

그러고 슈 아저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모습을 빚고 있었다.

남은 마법 가루에 맞게 평소보다 적은 양의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모양 쿠키를 만든 슈 아저씨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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