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9화.
다음 날 아침, 슈 아저씨는 잠에서 깨자마자 초록 색연필로 꿈에서 본 초록 요정을 그렸다.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유니콘, 천사, 괴물, 난쟁이, 거인, 마법사, 불사조는 꿈에서 보았지만 요정이 꿈에 나온 건 처음이야."
생생한 초록 요정 꿈 때문인지 한결 힘이 나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슈 아저씨는 가게 문을 열고, 오늘 일을 하기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그런데 작업대 위에 작은 병이 하나 있는 게 보였다.
그건 초록 요정이 꿈에서 준 마법 가루였다.
꿈이 아니었다.
슈 아저씨는 얼떨떨해서 한참 동안 유리병을 들여다보았다.
슈 아저씨는 평소와 같이 밀가루와 우유, 이스트, 설탕, 소금, 버터를 넣고 반죽을 하고는 마지막에 마법 가루 한 스푼을 넣으면서 초록 요정이 일러준 대로 첫 번째 소원을 생각했다.
먼저, 데이지 양과 결혼을 해서 같이 꽃과 빵을 파는 예쁜 가게를 열고 싶었던 오랜 소원이 생각났다.
반죽으로 예쁜 꽃 모양의 빵을 빚으면서 그 소원을 빌었다.
"데이지와 같이 만들고 싶었던 꽃과 빵이 있는 가게를 갖고 싶어요."
슈 아저씨는 마법 가루를 넣은 반죽으로 데이지 양이 좋아했던 장미 모양의 빵도 만들고 슈 아저씨가 좋아하는 벚꽃 모양의 빵도 만들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의 꽃들도 만들었다.
빵들이 발효되어 부풀어 오르자 슈 아저씨는 뜨거운 오븐 안에 오븐 쟁반을 밀어 넣었다.
‘타닥타닥!’, 바알간 오븐 안에서 데이지 양이 좋아하는 장미와 슈 아저씨가 좋아하는 벚꽃이 부풀어 오르면서 맛있게 피어나고 있었다.
빵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동안 슈 아저씨의 작고 아담한 빵집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싱그러운 나무들 쑥쑥 자라나 예전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진 빵집이 되어 있었다.
가게에는 어느새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도 있었다.
슈 아저씨는 마법 가루의 효과가 금방 일어난 것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꽃집의 꽃빵들은 저마다 특별한 맛과 향기를 내뿜었다.
그것은 슈 아저씨가 상상 속에서 먹어본 맛과 맡아본 향 보다 훨씬 더 좋았고, 그 맛과 향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달달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 나갔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슈 아저씨의 새 빵집에 찾아왔다.
마법 가루로 만든 꽃빵들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