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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06. 2024

보니씨의 초콜릿 가게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5화.




하얀 겨울이 지나고 연둣빛 봄이 찾아온 어느 날이었다. 

슈 아저씨는 마을 입구 광장의 가장 큰 건물에 보니씨의 초콜릿 가게가 문을 연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보니씨는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과 같이 초등학교를 다닌 동창이었다. 



보니씨는 큰 도시로 전학을 갔고, 프랑스 최고의 제과 명문, '에꼴 르꼬르동 뒤카스'에 들어갔다. 

보니씨는 타고난 실력과 노력을 인정받아 수석으로 졸업했고, 디저트로 유명한 파리의 호텔, '누벨 에펠 레알'에서 삼 년간 경험을 쌓으며 왕실 전통 디저트 기술을 전수받았다.



'달콤. 사랑. 화합'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쇼콜리티에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월드 쇼콜라 피에스타'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여 최고의 쇼콜라티에의 자격을 취득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야심 차게 초콜릿 가게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다.



금박으로 장식된 하니봉봉의 안내문에는 초콜릿계의 떠오르는 혜성, 보니씨가 세계적인 파티세리 잡지, '꽁뜨랑 시에네'와 한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보니씨의 초콜릿은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한다. 러시아 바시키리야산 허니, 네팔 히말라야 아피스 라보리오사 허니와 더불어 세계 3대 꿀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마누카 허니와 버터 밀크를 20프로 함유하는 등 최고급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달지않고 부드러우며 희귀한 향을 지닌 테라피용 초콜릿을 개발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초콜릿의 예술성을 인정 받은 천재



보니 씨의 아버지는 프랑스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국인 최초의 파티쉐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시골에서 부모님이 하시던 큰 방앗간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대형 베이커리를 만들었고, 한국식 곡물 강정과 프랑스 타르트 제조 기술을 융합한 호박 약과와 마카다미아 깨강정은 세계 음식문화 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대통령의 디저트를 담당한 명장으로 오랜 기간 복무했다.



보니씨는 할아버지 대에서 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재능으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처음부터 카페가 딸린 큰 초콜릿 가게를 열 수 있었다.

보니 씨의 초콜릿 가게 이름은 하니봉봉이었다. 

하니봉봉은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하루가 다르게 뚝딱뚝딱 지어졌다. 

벽돌로 건물을 올리는가 했더니 금방 동화 속의 성 같은 건물이 생기고, 나무로 실내 공사를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분홍색 페인트 칠을 해서 공주님 방 같이 예쁜 가게가 만들어졌다. 



쇼윈도우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형태와 색깔의 초콜릿들이 전시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 좋은 짙은 갈색의 카카오초콜릿, 우유가 듬뿍 든 화이트초콜릿, 부드럽고 달콤한 브라운초콜릿, 싱그런 나뭇잎 향이 나는 민트초콜릿, 땅콩, 아몬드, 피스타치오가 든 고소하고 영양 많은 초콜릿, 딸기, 블루베리, 오렌지, 배의 과육이 씹히는 프루츠 라인과 프로포즈용으로 특화된 와인봉봉도 보니씨의 야심찬 시그니처 상품이었다. 무슨 맛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무지개색 초콜릿과 세상에서 한번도 보지못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색깔의 초콜릿도 있었고, 모기 눈알 보다 작은 초콜릿, 공룡알 보다 큰 초콜릿도 있었다. 



둥글게 돌아가는 레이스 모양의 흰 쟁반 위에 올려진 알록달록 129색깔 초콜릿들은 무대 위에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가게 한 가운데에는 초콜릿이 솟아나는 분수, '스위트 파운튼'이 있었다. 이것은 보니씨가 공부한 프랑스 에꼴 르꼬르동 뒤카스의 시그니처로 그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가게를 여는 졸업생들에게 한해서 똑같은 모양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기술력이 전수된 것이었다. 이 초콜릿 분수, '스위트 파운튼'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도 보니씨의 초콜릿 가게 하니봉봉을 찾았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니봉봉에 가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오색빛깔 풍선들로 장식된 하니봉봉에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하니봉봉으로 몰려간 아이들이 슈 아저씨 빵집에 오지 않았지만, 마음씨 착한 슈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게가 생겨서 기뻤다. 그리고 보니씨의 초콜릿과 하니봉봉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슈 아저씨는 보니씨 가게의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초콜릿들을 구경하자 데이지 양이 생각났다. 

그리고 데이지 양이 좋아하는 딸기 맛 초콜릿을 한 상자 샀다. 



그날 일을 마친 후,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은 딸기 향이 물씬나는 달콤한 초콜릿을 맛보았다. 데이지 양은 지금껏 먹어본 초콜릿 중에 제일 맛있는 초콜릿이라며 감탄을 했고, 내일 당장 하니봉봉에 가보겠다고 했다. 슈 아저씨는 데이지 양이 자신이 사온 초콜릿을 좋아해서 기뻤다. 슈 아저씨와 데이지 양은 이웃이 된 하니봉봉 이야기와 어릴적 친구, 보니씨에 대한 추억을 나누었고, 크고 멋지고 맛있는 하니봉봉이 잘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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