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May 23. 2024

데이지 양의 꽃집

-<슈 아저씨 빵집의 기적> 3화.



슈 아저씨네 빵집 바로 앞에는 데이지 양의 꽃집이 있었다. 

초록의 식물들과 아름다운 색깔의 꽃들이 향기로운 예쁜 꽃집이었다. 

당당하게 얼굴을 내민 노랑 노랑한 수선화와 동글 납작 계란후라이를 닮은 마가렛, 연보랏빛 올망졸망한 꽃마리, 도레미파솔라시도 노래하는 달콤한 후리지아, 천사의 날개를 닮은 백합과 탐스런 빨간 장미, 분홍 장미가 가득했다.



겉보기엔 보통 꽃집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꽃집 같아 보이지만 데이지 양의 꽃집에도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 비밀은 바로 데이지 양의 꽃집에는 초록 요정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록 요정들은 정원이나 풀숲, 공원이나 식물원에 가끔 나온다고도 하지만 옛날에 비해서 많이 없어졌고, 지금은 어린아이들 조차 요정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 데이지 양의 꽃집에는 아직도 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 



나무의 성장과 건강을 조절하는 드라이어드, 물 요소를 제어하는 운디네, 공기의 원소와 연결되어 있어 바람과 구름을 조절하는 실피드, 대지의 원소와 연결되어 있고 대지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오리드, 물의 요정 나이아드, 바람의 요정 제피르, 밤의 힘을 통제하는 어둠의 요정 닉스, 빛과 연결되어 있어 희망과 영감을 주는 멜리오라, 식물의 생명을 통제하는 플로라...... 자연의 요소와 연결되어 그 힘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요정들이 평범해 보이는 데이지 양의 꽃집에 살았다.



왜 데이지 양의 꽃집에 요정들이 사냐고? 

그건 데이지 양이 아이처럼 명랑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데이지 양은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요정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걱정하는 것을 싫어했다. 과거의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생각이 많은 곳에서 요정들은 힘을 잃었으므로 그런 부정적인 힘이 있는 곳에서 살 수 없었고, 걱정이 없고 기쁨이 있는 곳에서 힘을 얻었기 때문에 데이지 양의 꽃집으로 모여든 것이었다.



초록 요정들은 데이지 양 꽃집에서 지내는 데 대한 대가로 데이지 양에게 특별한 능력을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모든 꽃들이 저마다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데이지 양은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이 시원한 날은 물론 비가 오고 태풍이 부는 날이나 혹독한 추위에도, 꽃이 많이 팔리는 날이나 하나도 안 팔리는 날도, 날마다 날마다 행복했다. 

꽃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초록 요정들만이 아는 사실이었고 데이지 양은 자신이 노래를 부르고 듣는 것을 좋아해서 꽃들의 노래를 상상하는 거라고 생각했지 요정들의 선물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꽃집에 초록 요정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그저 어느 날부터 자신이 좀 더 철이 들고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심히 하다 보니 좀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노랑 빛깔 카랑코에가 높고 맑은 소리로 피콜로 연주를 들려주었다. 

데이지 양은 자스민차를 마시다가 절로 춤을 추었다. 

데이지 양의 꽃집은 무도회장 같았다. 

생명력 가득한 빛깔과 달콤한 향기와 즐거운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전 02화 슈 아저씨 빵집의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