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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23. 2024

제가 소개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작가님 글도 좋아요> 3화. 라얀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




<작가님 글도 좋아요!> 이번에 소개할 글은 고심 끝에 나의 졸작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를 낭송 형태로 연재하시는 라얀님의 브런치북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을 소개하기로 했다. 내가 하지않으면 누가하랴? 의 정신으로!!



2019년 BOOKK로 출간한 POD책으로 당시의 나는 지금에 비해 존재불안이 높았고,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삶에 대해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고, 누군가는 가출이라고 말할 수도 있출가 상태로 은둔과 침묵과 어둠과 달에 살았던 시기였다. 



낮에는 생계 밀착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구원을 꿈꾸며 초조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처음에는 원고를 열 군데 정도 투고를 했다가 정중한 거절이나 비용을 반반 부담하자는 제안 등 원치 않는 형태의 답변만을 받았다. 계속 퇴고하고 정제 작업을 해서 투고를 이어가기에 기다림에 취약했던 나는 부크크라는, 비용이 들지 않고 누군가의 선택을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출판 형태를 선택했다. 




출간 이후에도 일이 바빠져서 마케팅이나 이후의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아 결국 지인들 몇몇에게만 공유되는데 그친, 아쉽고 부끄러운 책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대하기에는 너무 수고한 내 삶을 써놓고 말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바로 니가 책에 썼던 너의 문제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해놓고 마지막에 가서 흐지부지 놓아버리잖아. 이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버리면서. 과정이 중요하고 그게 다라고 자위하면서. 진짜 만족하고, 진짜 행복하냐? 아니잖아. 제발 너 자신을 속이지 좀 마. 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한 거야. 그게 바로 실패 프로그램이고. 그게 바로 니가 강조하고 있는 네 삶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거라고. 너는 왜 니가 꿈꾸는 대로 하지 않니?"



힘들게 공들여 농사지은 쌀로 정성껏 지은 밥을 조바심 때문에 뚜껑을 자주 열어보다가 뜸이 덜든 것 같은 책, 또 하나의 실패 프로그램이 된 책은 눈엣가시 같았고, 책장 꼭대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던져놓고는 5년을 묵혔다. 그러다가 브런치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서 메인에 책소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끄러워서 거기조차 내놓지 않고 있던 어느 날, 그래도 뭐라도 하나 있는 게 보기에 구색이 맞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걸어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얀 작가님의 댓글이 보였다.



사지 말라고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게 더 이상한 것 같아 '꾸벅' 인사로 답을 했는데, 며칠 후, 이 책을 낭송하시겠다고 하셔서 크게 당황하고 크게 기뻤다. 그리고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 소개 페이지에 '오렌님 데뷔작'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데뷔? 내가? 그래 데뷔했구나. 그러고 보니 같은 해였나? '성호신인문학상 산문 부분' 수상을 하면서 다른 루트로도 데뷔를 하긴 했었다. 데뷔를 해놓고도 데뷔했는 줄도 잊어버리고 밑 빠진 독처럼 늘 시동만 걸었던 내가 반성이 되었다. 



성우로 오해받을 만한 꿀 보이스로 읽어주시는 나의 글은 5년 전의 부끄럽던 졸작이 아니라 뭔가 한 단계 다른 차원으로 퀀텀 점프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라얀님 목소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살레시오회 수사로 지내셨던 시간들이나 연극을 하셨던 이력 등을 참고로 상상해 보건대, 무심한 듯하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꿀 보이스의 정체는 고도의 스피치 훈련을 하신 결과이지 않을까? 라얀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시고 한마디 하신다면 이럴 것 같다. "아닌데요? 타고난 건데요?" (얄밉게!)



재표출(reexpression), 재창조(recreate), 재탄생(rebirth)

이 페이지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실 이것이다. 

'결국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다르게 표현할 뿐이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어 한번 더 해보고 싶고, 계속해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나의 실수와 결핍을 채우고 만회하기 위해, 그리하여 조금 더 자족하는 충일함과 충만함을 느끼기 위해. 



아래에 링크한 <호텔 헤르메스>는 <우리는 작은 기쁨이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어서 다시 쓰고 있는 글이고,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지만, 5년 전보다는 한 뼘 더 자란 무언가도 가끔 느끼며 '자족의 한숨'(내가 좋아하는 얀 마텔의 나무늘보가 쉬는 한숨)을 쉰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연재브런치북 <호텔 헤르메스> 소개 페이지를 모처럼 읽었다.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인간의 불행에 대한 고찰

- 인간의 희망에 대한 비전

-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연구


진짜? 그렇게 대단한 것을 쓴다고? 술 마시고 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이 들어간 문장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이만 줄이고, 나머지는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글을 통해 

to be continued......



나의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에, 

나의 소중한 데뷔작에, 

창고에 있던 먼지 쌓인 책을 알아봐 주신, 

쿨한척하는 웜한 녀석, 

라얀 작가님께,

5월의 장미를 바친다.






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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