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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묭 Jul 20. 2023

시작이 어려우세요? 3: 시작이 2배로 쉬워지는 법

뭐야, 해볼 만한데?

1편: 시작이 어려우세요? 1: 제발 완벽주의 좀 버려요 https://brunch.co.kr/@hamyong/18

2편: 시작이 어려우세요? 2: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구요 https://brunch.co.kr/@hamyong/19







3. 같이 할 사람을 구한다.


* 실패하는 월요일이 좋은 이유

브런치에 밀가루 없는 월요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나를 포함해서 4명이 함께하고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인 ‘meat free monday’를 모방해서 우리만의 밀가루 없는 월요일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한 개인적인 습관 만들기로 시작하려고 했으나,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밀가루고 뭐고 먹어버릴 것 같아서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다. 서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러닝메이트처럼 말이다. 그렇게 3명의 친구가 선뜻 발을 담가주었고, ‘밀없월(밀가루 없는 월요일)’이라 칭하는 단톡방을 만들었다.


밀없월을 시작한 지 올해 4월 10일부터 시작해 3개월 하고도 1주일이 지났다. 실제로 월요일에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밀없월의 성공률이 낮다. 밀가루가 들어간 줄 모르고 나도 모르게 먹어버리거나, 회식이나 약속 등 외적인 이유, 참지 못하고 먹어버린 내적인 이유 등등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밀없월을 하는 이유는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편안하게 실패를 공유하고 저녁에는 혹은 다음 주에는 성공하자고 응원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이 아닌 날에도 밀가루를 안 먹은 날엔 밀없화(밀가루 없는 화요일), 밀없수(밀가루 없는 수요일)를 성공했다며 뿌듯함을 공유한다. 혼자였다면 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처음의 결단은 흐려지고 다시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혹시 그제야 함께할 사람을 찾아 나섰을지도 모른다.

(매주 실패 파티를 하는 밀가루 없는 월요일 읽으러 가기: https://brunch.co.kr/@hamyong/8)




* 목요일마다 글 쓰는 사람들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지점에도 함께 써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밀가루를 멀리하는 것보다 글쓰기가 더 어려웠다. 정확히 말하면 글쓰기를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던 중 책 <일놀놀일>에서 ‘목요일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보게 됐고, 나만의 목요일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싶어졌다.


내가 먼저 하자고 입 밖으로 꺼내고, 거기에 동참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세부터 고쳐 앉게 된다. 대단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먼저 글쓰기를 제안한 사람이 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동기 부여도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글쓰기 모임의 시작과 끝을 정해두지 않으면 참여하는 사람도 나도 부담이 될까 봐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써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나를 포함해 4명이 목글(목요일의 글쓰기)을 시작했고, 7월부터 9월까지 또다시 3개월을 함께할 사람들이 늘어나서 지금은 총 7명이서 글을 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단톡방에 자신이 쓴 글을 올리는 형태라서 목요일에 쓴다는 점만 제외하면 별다른 룰이 없다. 내가 바라던 느슨함과 적당한 긴장감(쓰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는)이 함께하는 상태라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 서로의 글의 독자가 되어주는 것도 큰 기쁨이다. 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건 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내 글에 투자하는 것이다(지금 이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 감사합니다!). 나는 목글에서 용기를 얻어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은 아니다. 단순히 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3명이면, 꽤 해볼 만해요

친구, 동료, 선생님, 선후배 등 누구든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 했을 때보다 지속성이 배는 높아지는 것 같다. 혼자일 땐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쉽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하는 걸 보면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그 기간도, 빈도도 다르게 적용하면 더 쉽다. 꼭 매일 꾸준할 필요는 없다. 매일이 힘들면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도 괜찮다. 그 시작을 함께해 줄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최소한 3명이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장 12절)"


2명이면 한 사람이 의욕을 상실하면 나도 괜히 힘이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3명이라면, 한 사람이 축 쳐져도 다른 한 사람은 의욕이 넘칠 수 있고, 그 에너지가 모임 안에 골고루 퍼진다. 함께하는 힘은 강하다. 지금도 내 메모장 속에는 혼자 하긴 망설여져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해서 시작해 볼 만한 목록을 적어둔 게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 몸에 익힌 후 편안해지면 다음 퀘스트를 깨볼 생각이다. 퀘스트라고 하는 이유는 이 과정이 게임처럼 재밌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깨면 내 경험치와 능력치가 올라간다. 팀원을 구해서 깨야 하는 퀘스트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그 보상이 더 크다. 던전에 혼자 가지 말고 최소 2명의 팀원을 더 구해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꽤 해볼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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