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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묭 Jul 25. 2024

아토피 일기2-가려움

 아토피로 가장 괴로운 점 중 하나는 '가려움'이다.


 흔히들 개미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가려움이라고 표현한다. 긁어도 가려움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가려운 부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온몸이 가려운 지경까지 이른다. 긁다가 피가 나면 손바닥으로 가려운 부위를 때려보기도 하고, 찬 바람을 쐤다가 얼음찜질을 하는 난리 끝에 결국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당장의 가려움이 더 끔찍해 내리는 결정이다. 고통을 잠재우기 위해 독약을 복용하는 기분이다.



 특히 하루 중 가장 가려움에 취약할 때는 잠을 자고 있을 때다. 조용한 새벽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뜨면 내 손은 몸 어딘가를 긁고 있다. 잠이 덜 깼는데도 손만은 다른 사람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열심히 가려운 곳을 긁어댄다. 일어나 불을 켜보면 살점이 패여 손톱에 박힐 정도로 긁어 피가 나고, 이불 위에는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그제야 잠이 번뜩 깨고 긁은 부위가 뒤늦게 쓰리다. 화장실에 가서 긁은 부위를 조심스레 헹궈내고, 손톱에 끼인 살점과 핏자국도 씻어낸다. 이불에 피가 심하게 묻어있으면 이불을 세탁실로 갖다 놓고 새 이불을 찾아서 다시 깔고 눕는다. 잠은 깨버렸고 벗겨진 상처는 따갑다.


 잘 때 긁지 않으려고 시도한 방법도 수 가지다.

- 얼음주머니를 냉장고에 상시 대기시켜두기: 가려움이 진정되지 않을 때 자주 쓴 방법이다.

- 팔을 몸통에 묶어서 못 움직이게 하기: 자세가 너무 불편해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한 번 시도해 보고 말았다.

- 손에 양말/면장갑 끼고 자기: 벗겨지지 않게 손목에 고무줄을 묶다보니 피가 안 통했다. 양말이 끼워진 채로도 긁어서 별 효과는 없었다.

- 손에 비닐장갑 끼고 자기: 피부에 닿는 면이 마찰이 없어서 상처 방지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손에 습기가 너무 차서 오히려 손가락 습진이 심해졌다.


20년 넘게 밤새 긁어본 결과, 긁는 행위 자체를 방지하는 것보다 가렵지 않게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래도 눈물겨운 노력들이 의미가 없었던 게 아니니 글로 기록해두려 한다. 애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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