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풍선
첫 생일을 맞이하던 그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어린이집 친구들에게서 다양한 감기를 옮아왔다.
감기정도야 해외에서는 약도 안 먹이고 푹 쉬게 하면서 낫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병원에서 주는 약을 조금 적게 먹여볼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감기에 대한 업신여김은 아이가 중이염을 크게 앓게 되면서 달라진다.
귀속에 물이차서 생기는 염증-
며칠이면 자연스레 낫는 감기에 비해 한번 발생한 중이염이 몇개월이나 갔다.
무던한 아이는 크게 아픈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귀가 먹먹한지 TV볼륨이 조금 올라간 것으로
중이염이 심각해짐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아야 하지만 좀체로 낫지 않는 중이염 치료를 위해 '자연치유방법'은 단 두가지
1. 껌을 씹는다
2. 풍선을 분다
아이에게 껌을 주면 100프로 삼킬 것이기 때문에 패스-
풍선을 부는 것을 알려주자!는 방향으로 중이염의 자가치료 방법을 정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알록달록하며, 엄마 아빠와 같이 튕기기 놀이라도 하게되면 꽤 오랫동안 놀 수 있는 고마운 도구인 풍선이 하루 한개, 아이에게 전해졌다.
엉겁결에 풍선 불기에 도전한 첫날, 좀체로 풍선이 부풀어오르지 않아서 아이는 의기소침-
나 또한 함께 의기소침해진다.
그도 그럴것이, 아이보다 아주 많~~~이 살아온 엄마인 '나'는 풍선을 불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활량이 딸린다는 핑계로, 제대로 한 개를 불어본 적이 없었고 제대로 묶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turn은 남편에게로 넘어간다.
무턱대고 '자 재미있으니까 해볼까?' 라고 말하는 엄마와 다르게 남편은 아이에게 '차근차근' 원리를 설명하면서 풍선을 부는 법을 알려준다.
"자- 후~ 하면 아빠가 잡아줄게, 천천히 조금씩 부는거야"
아이의 입에 풍선을 대고 후~ 불게 한후 아이의 호흡이 조금 들어온 풍선의 입구를 손으로 막는다.
"다시 심호흡하고~ 후~"
아빠의 구령같은 소리에 맞춰서 아이는 후~ 불고, 다시 쉬고 후~ 불고 다시 쉬면서 하나의 풍선을 완성해갔다.
중이염을 달고 산지 벌써 5개월째,
하루에 1개씩 풍선불기 또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다.
풍선불기에 나름 익숙해진 아이가 이제 슬슬 지겨워할 무렵, 조금 더 풍선불기를 연장하기 위한 추가 아이디어 등장!
풍선위에 그림그리기!
예쁜 색의 풍선하나가 후후~ 불어서 완성되면,
매직으로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속눈썹이 예쁜 웃고 있는 얼굴들- 곱슬곱슬 머리는 아빠를 닮았다.
귓속의 물이 빠지지 않으면 마취를 하고 귀 속에 관을 넣는 시술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로
부모를 잔뜩 겁먹게한 중이염은 풍선불기와 함께 다행히 아이의 귓속을 떠났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다시 찾아오기는 하지만 이 때처럼 심해지는 적은 없으니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건강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방안을 가득 채웠던 풍선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그림의 흔적만 사진으로 남겨지고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하나씩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에게는 치료가 아닌 놀이로 남을 풍선불기의 기억-
아이가 겪을 다른 아픔들도 부모가 전부 다 케어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잠깐 가진다.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혹 지금의 내가 아이를 지켜줄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아이가 온전하려면
부모가 제대로 온전해야 한다.
세상의 불쌍한 아이의 90%는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제역할을 못하는 아이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