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공룡
잠자기 전, 꼭 읽어주는 책이 있다.
바로바로 공룡대백과사전-
남편이 사다준 작은 공룡 10개가 들어있는 빨간 표지의 책에는
초식공룡, 육식공룡 여기에 수중에서 생활하는 공룡과 하늘을 나는 공룡까지-
처음 읽어줄 때에는 왼쪽 공룡 그림 옆에 공룡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된 부분만 읽고 넘어갔었는데
이제는 오른쪽의 공룡의 이름의 유래와 특성까지 다 읽어달라고 칭얼댄다.
울음 끝이 짧고 꽤나 무던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180도 괴물로 변해 짜증이 폭발할 때는
배가 고프거나, 졸릴 때-
공룡을 읽어주는 시간은 100% 졸릴 시간에 속하므로 무리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적당히 들어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짜증이 가득찬 아이가 특유의 '누워서 발길질'을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반성의 방'으로 가서 한바탕 꾸중을 들은 후 눈물젖은 잠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이스모사우스르, 아파토사우르스... 하나 하나 읽어주다보면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하품을 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아이의 시선을 돌리는 아이디어!
글자는 모르지만 공룡 그림만 보면 어느 정도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아이와 '그림 보고 공룡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책을 덮었다가 펼쳐서 나오는 공룡의 이름을 맞추는 아주 간단한 놀이-
칭찬과 격려를 더해가면서 서너번 아이가 공룡 이름을 의기양양하게 맞출 때 "자 이제 이것만 맞추고 자는거야"라는 말에 아이가 "응"을 한다면 그날의 미션은 완료!
순순히 전등을 끄고나면 자연스럽게 취침으로 연결된다. (불만 끄면 알아서 자는데.. 왜 그게 그렇게 안되는지...)
아이가 공룡을 처음 접했던 건 뽀로로의 '페티' 에피소드에 등장한 커다란 '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공룡에 대한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점차 친숙해졌고, 제주도와 남양주에 있는 '공룡 박물관'에 다녀오기도 했었다. (실물 크기의 공룡을 처음봐서인지 처음에는 무서워해서 근처도 못가게 하더니 이제는 위에서 뛰고 놀고.... 집에 안 간다고 하고... 그런다)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보니 집채만큼 거대했던 생명체이지만 지금은 '사라진'것에 대한 신비감, 이제 사라졌으므로 나를 해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궁금해지는 마음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데 있다고 한다. 덩치가 크고 신기하게 생겼지만, '나를 해치지는 않는' 안전하고 든든한 느낌이랄까?
한동안 일이 많아서 아이가 잘 때 들어와서 아침에 잠깐 얼굴만 보고 나가곤 했다.
아이는 할머니와 잠이 들때는 엄마와 있을 때와는 달리 크게 짜증을 부리지도, 책을 읽어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조금 일찍 침실로 들어가 잠이들고, 그만큼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그동안 공룡에 대해서도 조금씩 잊어갔다.
어른의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양치질까지 깔끔하게 하고나서 아이와 눕는 저녁- 아이는 다시 '공룡책'을 들고 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스폰지처럼 쑥쑥 흡수한만큼 물을 쭈욱~짜내듯 잊어버리는 것도 빠른것인지, 그림을 보고도 잘 못 맞추는 이름이 꽤 많다.
대신, 한글의 자음과 모음 '아'정도까지 배운 한글솜씨로 타페자라의 '타'와 '자라'를 읽어낸다.
엄마로써는 공룡이름 하나를 더 외우는 것 보다 한글 글자 하나를 더 읽는게 반갑지만
아이가 그 마음을 알 수는 없겠지...
아이는 5세까지가 가장 예쁘고, 그 이후에는 5세까지의 '예쁘고 귀여웠던' 기억으로 평생을 돌보는 거라고 하던데, 어쩜 이 시기에 딱 맞춰서 시간이 여유로워졌을까~
여유로운 시간과 아주 정확히 정비례해서 주머니 사정은 넉넉치 않아졌지만, 그렇다고 생계가 곤란해지는 정도까지는 아니며,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대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값지게 보내야겠다.
아이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하는 시기는 부모에게는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그만큼 아이의 세상의 전부가 '부모'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