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우산
비가 오는 날-
어린이집 등원길이 조금 더 힘들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직 어른의 몫
거실 창위로 또르르 굴러가는 빗방울 들을 보면서 한번 더 좋아하고
다시 창을 열어 빗소리를 가만히 들어보고나면
아이는 우산을 쓰고 갈 생각에 이미 신나 있다.
어른들의 큰 우산은 두 손으로도 못 들었던 아이에게
할머니는 얇고 가벼운 분홍 땡땡이 비닐 우산을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아이는 그 후로 '내 우산'을 찾기 시작했고
노란꽥꽥 오리가 그려져 있는 아이용 우산을 사다 준게 2년전-
처음 우산을 사온날 아이는 낮잠을 잘때 우산을 꼭 쥐고 잠이들었었다.
어린이집 가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노란 우산의 손잡이에 이름표를 하나 크게 붙여 준 뒤
아이는 비가 오는 날이면 '내우산'을 찾는다.
우산을 가지고 다닌지 2년동안, 아이의 우산 잡는 방식을 보면서 그 변화를 가늠한다.
처음에는 두 손으로도 혼자 우산을 들지 못해서 한손으로 우산 꼭지를 들어주었었다.
그리고 몇달이 지나자 두 손으로 간신히 우산을 들 정도가 되었다.
도로를 건널때에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가야 하는데, 그 때에는 우산을 한 손으로 잡은 아이의 손이 거꾸러졌다.
다시 며칠 전, 엄마의 손을 꼭 붙잡은 아이의 다른 한 손의 우산이 제대로 머리 위에 얹어있다.
'힘이 참 많이 세진걸까' 라고 생각하고 "오 이제 한 손으로도 잡을 수 있어?" 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답한다.
"응, 엄마 이렇게 우산을 위로 쥐면 한 손으로도 잡을 수 있어!"
힘도 늘었지만 우산잡이 2년차로 요령도 함께 상승-
우산의 손잡이가 아닌 우산대의 위쪽을 잡아 우산의 '무게'를 나름 줄이는 방법을 터득한것 같다.
백지상태에서 무언가를 알게되고 스스로 요령을 터득해나가면서 익숙해진다-
비단 아이만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적응속도'는 최초의 '백지상태'만큼 극단적이고 빨라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때 가 있다. 아이의 변화는 90%이상이 '퇴보'가 아닌 '발전'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자라고 그만큼 무언가가 늘어간다는 것은 감사하고도 또 감사한 일이다.
노란 우산에 맞춰서 노란 우비까지 장착하면
오늘도 빗속을 즐겁게 걸어갈 준비 완료!
날이 맑아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매일매일이 '기분좋은' 그런 날들이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