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고기
아예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했던 갓난아기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외식을 할라치면 잠깐 망설이게 된다.
어떤 아이는 밖에만 나가면 엄마 옆에 꼭 붙어있는다는데, 우리 집 딸은 낯선 공간에 들어가면 넘치는 호기심으로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때문이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도 숟가락을 가지고, 냅킨을 가지고 장난하기 일쑤-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유튜브, 공룡이 나오는 앱이 아니면 그 호기심을 잠재울 길은 없다.
잠시 쉬면서 맛난 식사를 하러 들어가는 외식자리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이를 단속하는 힘든 시간이 되는 편이 많아서 왠만하면 외식보다는 "그냥 편하게 집에서 먹어요"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수고스럽긴 하지만 배달음식보다 집에서 한 음식이 더 건강하고 맛있는건 인지상정,
"오늘 고기좀 먹을까?" 그렇게 집에서 고기파티가 시작된다.
바싹 잘 익도록 고기를 굽는 건 아빠의 몫, 엄마는 옆에서 다른 반찬들을 준비한다.
엄마 아빠 모두 각자의 '업무'를 하고 있으니 그 때 아이에게 들려지는 건 'TV속 만화'
아이는 언제나처럼 신나서 만화를 보면서도 고기 굽는다는 걸 냄새와 소리로 즉각 알아챈다
"엄마 고기 주세요"
"조금 기다려요~"
라고 말하면서도 아빠도, 엄마도 함께 손놀림이 빨라진다.
태어난지 약 16개월 정도? "엄마"," 아빠" 라는 말 만 겨우 했던 그 때에도 "고기먹을 사람"하면 바로 손을 들었던 아이니까, 고기에 대한 사랑은 전생애를 통해 (4년중 3년!!) 지속되어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른 상을차릴 새도 없이 우선 아이 밥을 챙기고, 아이가 먹을 수있게 잘게 고기를 잘라서 가져다주면
아이는 밥은 본체 만체 숟가락으로 아니, 가끔은 손으로 고기를 집어먹기 시작한다.
서둘러 가족상이 펼쳐지고, 아이입 속으로도 어른들 입속으로도 고기가 한점씩 들어간다.
고기만 먹다가 혹시 변비라도 생길까, 아이치고는 참 무난한 식성의 아이가 고기다음으로 좋아하는 백김치를 도 하나씩 아이 입으로 들어다 나른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그마한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에게 더욱더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금은 벌어지게 났던 이들이 이제 점점 더 자리를 잡아가는지 그 간격이 조금 줄어들어서 그런걸까
아이는 고기를 먹다가 뭔가 갑갑함에 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을 때가 있다.
어른이 밥먹는 자리에서 그러면 참 예의없다고 생각함이 분명하지만
그것 또한 아이가 더 '컸다'는 증거라서 '이제 이에 낀 것도알고 스스로 빼내려고도 하는구나'
대견한 마음이 한가득 들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집에서도 특별한 날에는 삼겹살을 구워먹었었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 였을까? 집마다 부모님의 말투에 따라 달라지는 '고유명사'같은게 존재했었는데 집에서는 삼겹살구이를 '로스구이'라고 불렀었다. "우리 로스구이 해먹자!" 라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날이 바로 고기파티가있는 날이었다. 정육점에서 고기 한근을 사면 신문지에 둘둘 싸서 비닐에 넣어주던 생각이 난다. 벌써 30여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때와 비슷하게 아빠가 고기를 굽고, 아이는 좋아하고... 이젠 할머니가 되신 엄마 옆에서 잠시 생각에 젖을 때가 있다.
어린이집에서도 고기 반찬이 나오면 "지유가 좋아하는 고기"라고 이야기하면서 얼른 다 먹고 한 번 더 달라고 요청하는 때도 있다고하니, 고기사랑은 장소를 불문하고 발산되는 것 같다.
요즘 좋아하는 것을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돼지고기를 그려달라고 해서 선생님을 난감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열심히 잘 벌어서 맛있는 고기 많이 많이 사줘야겠다.
*6개월도 전에 써 놓은 글을 이제서야 마무리 짓는다. 다시 천천히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