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좋아하는 것 17

017. 옛날이야기

by Defie

아침에는 아빠와 등원, 저녁에는 할머니와 하원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이와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려고 한다.

"자 이제 잘시간이예요~" 라고 말해봤자 아이가 바로 잠이드는 것은 아니므로, 불을 끄고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반강제적으로 들은 뒤, "옛날이야기 해줄까?"라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 토끼랑 거북이랑 여우랑 나오는 옛날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등장인물을 지정해준다.

그렇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엄마의 동화'시간이 시작된다.

"토끼랑 거북이랑 여우랑 산책을 갔데, 그런데 호랑이를 만났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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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옛날 이야기를 꺼냈던 이유는 하룻동안 도무지 아이에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던 내가 '아이에게 당부를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였다.

사람에게 관심과 호기심이 많고, 어른만 아니라면 아니 놀이터에 함께 있는 것 자체로도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아이가 혹시나 엄마나 할머니가 잠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때 누군가를 따라가버릴까 하는 노파심이 아주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2017년 쯤, 어금니아빠라고 불리던 사람이 자신의 딸을 이용해서 딸 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졌었고, 근처는 아니지만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또래의 언니를 따라갔다가 잘못된 사건까지 있었던 터라, '사람을 따르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이름을 안다고 해서, 강아지를 보여준다고 해서, 엄마의 친구라고 해서, 어른이 아닌 조금 큰 언니라고해서 그리고, 도와달라고 해서 따라가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 완곡하지만, 잘 이해할 수 있게...억지로 가르친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니까-


"oo(아이의 이름)랑 친구 XX랑 같이 공원에 갔어. 그런데 거기 모르는 아저씨가 있는거야.

그 아저씨가 "우리집에 예쁜 강아지가 있는데 같이 갈래?"라고 물어봐. 그러면oo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이는 80%정도 엄마가 원한 답을 이야기의 답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나머지 20%는?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적지 않고,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지하철에서, 지방 여행에서 어르신들이 아이를 예뻐하는 모습을 자주보여주셨던 터라 아이는 '낯선 사람이라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는 따라가도 돼. 나쁘다고 하면 안돼"

...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

나이드신 분들이라도 세상에 나쁜 사람은 절대 없지 않다. 만에 하나 생기는 사고가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뜩이나 두어달에 한번 집 근처로 이사왔다는 성범죄자들의 우편 통보에 겁이 나는터라... (아이가 태어난 후로 여성가족부에서 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이사올 경우 조심하라는 우편을 보내준다. 얼른 보고 아이가 얼굴을 익히지 않게 찢어서 버리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

아이 아빠와 상의해서 조금 더 단호히 "낯선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라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그 이야기는 할머니까지 동참-

20171025_080153.jpg 만세를 하거나 엎드리거나... 자세는 둘 중 하나

옛날이야기를 해준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이젠 당부의 단계는 조금 지나, 아이가 힘들었던 일상의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로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옛날 이야기'의 역할은 조금 바뀌었다. 재잘재잘 엄마에게 말하는것이 신나하는 아이의 성향을 알기에 피곤한 머리에 이야기가 잘 안만들어질 경우에는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 해줘"라는 말로 상상의 임무를 토스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함께 자려고 옆에 눕힌 인형과 친구들을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똥'과 '방귀'등으로 끝나는 이야기로 엄마에게 '리액션'을 요구한다. 졸리지만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으니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수순-

"엄마 머리에 똥을 쌌대"

"방구가 뿌우우우웅 하고 나왔데-"

라고 말할때는 반드시 "아이고 더러워라!" "아이고 냄새!'라는 말이 정확한 '리액션'이다.


엄마쪽을 향해서 재잘재잘하던 아이가, 옆으로 돌아눕는 순간이 아이의 '잠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

매일밤, 엄마와 나눈 작은 이야기들이 쌓여서 아이에게는 꿈이 되겠지.

오늘도 좋은 꿈 꾸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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