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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cElephant Dec 27. 2016

연말의 약속

Daily

연말이면 으레 사람 만날 약속이 많아진다. 새해가 오기 전에 보지 못 하면 무척 아쉬운 것처럼, 자주 못 봐도 서로의 근황을 업데이트하는 게 연 단위는 되지 않도록 1년에 한 번은 보고 살아야지 부랴부랴 약속을 잡는다.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터라 이야기는 제법 따끈따근한 신상 주제들이다. 신혼여행은 어땠어, 결혼하니 좋니, 집은 어때 그런 이야기. 


꼭 연말이 아니더라도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이 있다. 고민하고 뜸 들이며 어렵게 꺼냈던 이야기들은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 만나서 이야기하자, 한 번 만나로 마무리되었다. 목적 없는 만남과 시시콜콜한 담소가 어색한 사이들이었는지 늘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편했고, 더 이상 이유를 만들 수 없게 되자 한 번 만나도 공허한 말이 되었다. 끝인사를 찾지 못해 억지로 내놓은 말일뿐. 자주 만나고 살갑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 했었는데, 어렴풋이 느끼기만 했던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 상처처럼 벌어져 아픈 사이가 되어버렸다.


보고 싶은 데 바쁜 연말 스케줄에 나와의 만남이 우선순위로 들어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사실 그걸 확인하는 게 겁나서) 연락 못 하겠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좀 어때 새해에 만나면 되지 생각하다가도 문득 깨닫는 서운함이 싫어서 이야기조차 못 꺼내는 소심함의 확인 시즌. 만나자고 했을 때 반겨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확 껴안아 주고픈 사랑스러움이다.


어제는 흐리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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