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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Apr 07. 2020

선물

일상의 기록#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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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하게도 생일에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과 축하선물을  받았다. 시간을 함께 걸어주는 고마운 친구들, 말보다는 사랑 넘치는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는 부모님, 20대 초반부터 서른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온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냈다.


선물 같았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나를 떠올려주고 생각해 준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생일에 선물을 보내거나 축하를 보내는 것 이외에 그들에게 지금보다 더 의미되고 짙어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매일이 특별한 날이지만, 생일 같은 기념적인 날보다는 조금 더 일상적인 날들에 소중한 사람들과 가까이 마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할애해서 추억을 심어주고 싶다. 바쁘다는 이유로 기프티콘과 카톡으로 축하를 보내기보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생각하고 떠올리다가 준비한 선물과 축하를 직접 만나서 건네줄 수 있는 조금은 더 의미가 깊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그동안 굳이 먼저 안부를 묻지도 않았고, 만나자고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쓰임 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하지만 앞으로는 생각을 좀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에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려면 몸이 열개 라도 모자라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바쁘더라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거 같다. 먼저 건네는 그 안부의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씨앗이 되어서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돌이켜 봤을 때 남는 건 추억뿐이다. 어렸을 때 명절을 앞두고 시골에 하루 전에 미리 내려가곤 했는데 미리 가는 그 하루가 참 재미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할머니께 혼도 많이 나고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저녁에 항상 푸짐하게 밥을 차려주시곤 하셨고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구나 느꼈을 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할머니께서는 늘 직접 재배하신 쌀과 고구마, 마늘이랑 동치미를 꼭 챙겨주시곤 하셨다. 그게 할머니의 표현방식이고 사랑이었다. 단순한 농작물이 아닌 시간과 땀, 자식들을 생각하고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담겨있는 정말 깊이 있는 선물이라고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담아서 건네줘야 될 것 같다. 부족한 나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다. 나를 헤아려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을 살아간다. 나 역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꼭 되어야겠다.


나에게 이렇게 선물 같은 시간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세상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되지 못할 만큼 감사드리고 내일 조금은 뜬금없지만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겠다.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부모님 마음에 크게 닿는다면 조금은 어색하고 표현이 서툰 아들이지만 몇 번이고 말씀드려야겠다. 내가 부모님의 자랑이듯, 나 역시 부모님이 나의 자랑이고 사랑이다.


선물이라는 건 어쩌면 단순하게 보면 물건을 보내는 일에 불과하지만 마음과 마음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보내는 선물에 있지 않고 그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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