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혹은 조용한 카페에서 신문과 책을 읽는 것은 모두 사색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고요하며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상관없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생각하는 과정은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탐구는 연구의 의미를 담고 있다. 탐구의 사전적 의미가 '진리나 법칙 따위를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려는 마음'을 의미하고, 탐구욕과 탐구자 역시 '진리나 법칙 따위를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려는 의욕, 그리고 그런 의욕을 가진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색과 탐구라는 것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단어다.
사색과 탐구는 습관적인 사고의 반복으로 말미암는 것일 뿐, 지능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학창 시절 제법 엉덩이가 무거웠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색과 탐구를 잘 해낼 수도 있겠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여 보면, 소위 배운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색과 탐구보다는 더 많은 밥그릇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지 보인다.
게다가 바쁜 일상생활은 비단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바쁘게 살면서도 왜 바쁜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구촌이 공존하는 21세기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 어쩌면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고,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 시간을 버텨냈는지도 모른다. 전쟁, 기근, 식량문제, 정부와 국가의 비리, 군사정권 등으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춤을 추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결과물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바야흐로 사색과 탐구가 필요한 시대다. 책이 죽고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지금, 미디어의 초석이 되는 책은 사색과 탐구로 말미암아 만들어지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간의 사고는 창조를 위하여 존재하며, 이는 곧 사색과 탐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