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디지털 빅브라더 #1
이번 장에서는 디지털 빅브라더의 진화를 돕는 최첨단 감시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IoT (사물인터넷), 인공위성, 안면인식 기술 등등. 일반인들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이 어떻게 디지털 빅 브라더의 진화를 도와 우리를 초 감시 사회로 인도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사실 이번 장에서 소개될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기술은 지난 수 십 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발전의 속도가 몇 배나 가속화된 경향이 있다.
먼저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자.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개의 분산화된 노드에 이를 보관하는 기술을 뜻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중앙화 된 단일 주체가 아니라 분산화된 노드를 신뢰한다. 블록체인의 특징은 위조 불가성, 가명성, 검열 저항성, 보안성 등이 있다. 흔히들 블록체인을 ‘가치의 인터넷’으로 표현한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것처럼, 블록체인이 돈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편리하게 만들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블록체인의 원조는 비트코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익명의 인물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이라는 전자 화폐를 창안하면서 블록체인의 시대가 개막했다. 비트코인은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화폐’보다는 금과 유사한 ‘자산’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최초로 성공한 블록체인 킬러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치 인터넷의 킬러앱이 이메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 앱 개발, 결제, 송금 등 저마다의 영역에서 특화된 디지털 자산이 등장했다. 또한,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은 금융, 물류, 공공, 헬스케어, 운송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방안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블록체인이 디지털 빅브라더를 와해할 기술이라는 것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빅브라더의 기득권을 깨고 사이버 유토피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구글 이후의 삶>의 작가 조지 길더는 블록체인이 태동한 이후 빅데이터의 시대가 저물고 블록체인이 인터넷 권력을 해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력이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빅브라더들의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 더욱 큰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디지털 금융의 영역에서 말이다. 이에 대해 나는 <비트코인 제국주의>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이 기대하는 낭만적인 사이버 유토피아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업화와 규제의 단계를 거쳐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소음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
현존하는 디지털 빅브라더 중, 블록체인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다. 2019년 페이스북은 2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서로 편리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출시할 것이라는 비전을 공개했다. 전 세계 17억 명의 인구가 은행 계좌가 없어 불편을 겪고 있는데,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 변동성이 커 지불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비트코인과는 달리, 주요국 화폐와 단기 국채로 가치가 구성된 페이스북 리브라는 가치 변동성이 낮아 화폐로 활용되기 적합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밝히자 주요국들은 노발대발하며 페이스북을 규탄했다. 그리고 각 국의 중앙은행은 화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앞다투어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 도입을 모색하기로 했다. 참고로 한국은행도 최근 CBDC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만한 점은,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주도 면밀하게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같은 중국의 디지털 빅브라더가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과연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 패권에 얼마나 위협을 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페이스북은 왜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가질까? 리브라 메인 홈페이지에는 전통 시장에 서 있는 흑인 여성의 이미지가 게시되어 있다. (2020년 10월 4일 기준) 페이스북은 금융 인프라, 화폐 시스템이 낙후된 국가에 사는 소외 계층을 돕는다는 고결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페이스북의 진짜 속내는 중국 인터넷 기업처럼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해 현금 없는 사회를 촉진하고 디지털 금융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자사 메신저 앱을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중국인의 필수 앱’으로 불리는 위챗은 참고로 단순한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금융, 교통,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중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리브라를 기획한 것이 틀림없다. 카드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던 중국은 아예 카드 보급 단계를 건너뛰고 현금에서 QR 코드 모바일 결제 시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중국 정부의 공이 컸다. 중국 시민들은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로 중국 전역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결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현금 사용량이 점점 줄어들고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들이 많아졌다. QR 코드 리더기는 중국 상점의 필수품이 되었고 신용카드 리더기나 현금 관리 기기는 불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 된 형태의 현금 없는 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면적인 감시는 현금 없는 사회의 미래를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재무적, 비재무적 데이터를 수집해 신용 등급을 부여하는 사회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디지털 빅브라더는 방대한 모바일 결제 데이터와 자체 신용 평가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해 중국 정부에 협조했다. 중국 정부는 14억 명의 시민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모범시민과 불량시민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개인의 신용 등급을 결정짓는 것이 전적으로 중국 정부와 디지털 빅브라더에 달렸다는 점이다. 그들은 개인의 금융 거래 내역, 교통질서 준수 여부, 소비 습관, SNS 활동 등을 참고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신용 등급을 부여한다. 낮은 점수를 받은 시민에게는 각종 사회 경제적 불이익이 가해지고 그는 점점 시민의 권리를 잃는다. 예를 들어, 반 체제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사회 신용 점수가 깎여 그는 각종 불이익을 – 불리한 대출 여건, 해외여행 금지, 신상 공개, 취업 시 감점 등등 - 당한다. 또한, 그와 SNS 상에서 긴밀하게 교류하는 사람 역시 비슷한 반동분자로 취급되어 유사한 불이익을 당한다. 따라서 중국 시민들 입장에서는, 높은 신용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주위를 감시하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놀라운 사실은, 평범한 중국인들은 사회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여기며 만족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하거나 자신의 등급을 공공연히 과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온라인 데이팅 앱에는 사회 신용 평가 등급이 공개되고 비슷하거나 높은 등급의 짝을 만나려는 풍토가 있다. 인간이라는 불운한 동물이 프라이버시라는 타고난 권리를 얼마나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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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가상화폐는 화폐의 디지탈화로 없어지게 되는 현금의 익명성을 되살리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사토시 나카모토가 쓴 비트코인 논문이 peer to peer electric cash system이었던 것 아닌가요? 가상화폐의 익명성은 캐쉬의 속성을 디지탈 시대에 되살린 거 아닌가요?
모든 가상화폐를 하나의 이유로 묶는거는 지나친 일반화가 아닐지...저는 조심히 생각을 건넵니다. 비트코인이 출범한게 언제인지 아시나요? 투기로 변질된 것은 그 시스템의 버그같은 부분을 악용한 사람들이었다면요? 익명성을 반대로 규칙이 없는 무법지대로 보고 악용한다면, 그게 개발자 잘못일까 싶어요. 실제로 초기출범과 이후 가상화폐들 범람시점은 다르거든요. 특히 큰 돈이 몰리던 시기도 달라요...화폐의 역사와 흐름을 보면 뭐가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되는지도 다르더군요.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늘 의도치않은 사고들이 터지는것 같아요. 정작 그 안에 있던 사람들조차 모르는 우발적 사고들까지요.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추가적 피해가 없게 하는것 그리고 보완할 점을 고민하는것. 그 점 때문에 이런 글로 저희의 생각들에 경종을 주시는거겠죠. 감사드립니다.
일단 상품 교환에서 크게는 무역의 개념까지도 복잡해진게 문제같아요. 이커머스나 무역의 개념이 한 국가의 국경에 더이상 머물지 않는다면?심지어 정치문제와 기술은 늘 같이 간다는 논란까지?기술을 정치와 하나로 엮은 큰인물들이 있었습니다만...뭐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요.
어쨋든, 초창기 기술적 문제를 보완해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하고 있죠. 물론 빅테크 기업들이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경계할 부분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개발자도 또 정책가도 기술을 이용하고 사용하는 이들도 모두 사람이기에 이유도 목적도 그리고 완성도도 완벽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어떤 빅테크 기업의 기술은 오히려 소외된 곳들에 생각지 못한 편리함과 생각도 못했던 연결지점을 만들어내더군요.
그렇다면 기술이란게 무조건 문제인가. 어렵다고 우리 전공이 아니라고 누군가의 문제일뿐인가? 그것도 아니라봅니다. 문제는 그것을 악용해 개인을 위해서만 그리고 자기만 막대한 어떠한 희소자원을 독식하려는 사람들의 욕심들 아닐지... 그 욕심들을 통제하는건 뭐여야 할까? 법과 제도인가, 자발성인가, 신뢰인가.
물론 규칙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우선적으로 그 기술을 도입하고 확장해나갈 기술진과 개발자의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봅니다. 자기들이 신이 아니라는 점. 그것을 늘 생각해야한다는 점은 동의하기에, 착한 독재 저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이용자도 알아야할건 있다봐요. 선과 악이 아닌, 양날 검이라는건 어느거나 찾아보면 있기에...
사실 이런 모든 복잡한게 싫다면 그냥 속 시원히 속세와 연을 끊는게 답이라는 극단적 결론까지 나올 수 있지만. 현실성이 없죠.
그렇기에 무조건 앞서 나간것들을 두렵고 배척하는것도 좋게 보지않아요. 가끔 흐르는데로 두는것도 좋고, 또 이렇게 걱정을 남기며 우려해주는 시선들도 다양한게 좋다봅니다. 보완되어 결국은 모두에게 이로운 것들로 진화되길 바랄뿐입니다. 토론과 숙의로 좀더 성숙해지면 착한 독재 수단보다 다른 편의성과 책임성이 융합된 인간중심적 기술적 혜택으로 거듭나길 바랄뿐입니다. 어쨋든 블록체인기술과 비트코인의 초기출범 목적 등을 무작정 나쁘게 보지않기에, 조심스럽게 글 남깁니다. 양질의 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