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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Sep 30. 2020

포켓몬고 열풍이 시사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미래

디지털 빅브라더의 횡포 #5

수년 전, 포켓몬고라는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포켓몬고는 구글에서 분사한 나이언틱이 개발한 증강 현실 게임으로,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뜬 지도를 보며 이따금씩 등장하는 포켓몬스터를 포획하고 키울 수 있다. 게임의 인기가 어찌나 높았던 지, 포켓몬이 출몰하는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자 아예 포켓몬고 여행상품을 출시하는 여행사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기업들은 앞 다투어 포켓몬고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포켓몬이 자주 출몰하는 명소라고 홍보를 하거나 나이언틱에 직접 광고비를 지불하고 포켓몬을 출현시킴으로써 사람들을 유인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포켓몬을 찾아 상점으로, 운동장으로, 공원으로 몰려갔다. 심지어 희귀한 포켓몬을 잡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다.


포켓몬고 열풍을 보고 소름 끼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디지털 빅브라더의 횡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언틱이 사용자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사용자의 현재 위치, 이전 위치, 이동 경로, 현재 바라보고 있는 것, 과거에 바라보고 있었던 것 등이다. 나이언틱은 이 정보를 활용해 얼마든지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예컨대, 그들은 자사에 광고비를 지불한 맥도널드에 희귀한 포켓몬을 출현시킴으로써 사람들을 맥도널드로 유인할 수 있다.  단순히 광고를 보게 하거나 특정 콘텐츠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뛰어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끔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포켓몬고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책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 원제: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 쇼사나 주보프 교수는 21세기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 모델이 단순한 광고 매출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의 출현이라고 주장한다. 감시 자본주의란 사용자 감시에 기반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변환하고 활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에측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뜻한다. 쇼사나 주보프 교수는 산업 자본주의가 자연을 훼손했듯이 감시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시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개념은 ‘행동 잉여 (behavioral surplus)’ 와 ‘행동 수정 (behavioral modification)’이다. 행동 잉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서비스 개선 외의 목적으로 수집하는 부수적인 데이터를 뜻한다. 사용자 위치, 나이, 직업, 라이프 스타일, 취미 등에 대한 데이터가 행동 잉여에 포함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한다. 행동 수정은 기업이 단순히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의 행동을 특정한 방식으로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푸시 알림을 보내 사용자의 친구가 SNS에 업로드한 콘텐츠를 보게 하거나, 광고비를 지불한 상점에 포켓몬을 배치해 사용자를 유인하는 것 등이 행동 수정의 예이다.


쇼사나 주보프 교수에 따르면, 감시 자본주의의 원조는 구글이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이 터진 후 구글의 사업 모델에 의구심을 품은 투자자들은 경영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야후에 비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구글은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재빨리 맞춤형 광고라는 사업 모델을 고안해냈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이용해 그가 흥미를 가질 만한 상품만을 노출하는 맞춤형 광고는 오늘날 대단히 보편화된 방식이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구글의 경영진은 검색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를 매 순간 감시하고 그들의 행동을 예측해서 선별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빨리 깨달았다. 이것은 마치 헨리 포드가 정육점에서 대량 생산 컨베이어 시스템을 고안해낸 것과 같은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구글의 아찔한 성공과 우아한 사업 모델을 지켜본 인터넷 기업들은 너도 나도 감시 자본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911 테러 이후 도래한 감시 사회는 인터넷 기업들이 감시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구글이 개척한 감시 자본주의는 금세 인터넷 사업의 표준이 되었고 유사한 부류의 독점 기업을 낳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던 셰릴 샌드버그를 (그녀는 오늘날 마크 주커버그 다음 가는 페이스북의 이인자이다) 영입하고 비슷한 수법으로 사세를 확장해 구글과 자웅을 겨루는 디지털 빅브라더로 거듭났다.


출판사 웨일북과 계약을 맺고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책의 일부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스24 http://reurl.kr/213111B9DQP

교보문고 http://reurl.kr/213111B9FIS

알라딘 http://reurl.kr/213111BA0QS

인터파크도서 http://reurl.kr/213111BA4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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