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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Oct 25. 2020

우주 정복을 꿈꾸는 감시 자본가들

진화하는 디지털 빅브라더 #5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며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 패권 경쟁을 벌이며 각 국이 우주 산업 발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던 때였다. 그러나 1991년 들어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정부 예산에서 우주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 결과, 약 50년 전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이후, 전 세계 우주 산업은 지루할 정도로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야심만만한 기업가들이 우주로 시선을 돌리기 전까지 말이다.


오늘날 우주 산업은 더 이상 미국 NASA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페이스 X,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 개발에 뛰어들며 NASA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NASA의 전유물이던 우주 산업에 민간 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테슬라와 아마존의 CEO인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이다. 이들은 각각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이라는 우주 회사를 설립한 뒤 물심양면으로 회사의 우주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의 비전은 인간을 우주로 보내 지구와는 별개의 문명을 구축하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프 베조스는 달에 인류가 정착하고 살 수 있는 전초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그들의 비전을 괴짜들의 망상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과거에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오늘날 가능하게 만든 천재적인 혁신가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비전을 실행할 넉넉한 자금이 있다. 테슬라와 아마존은 오늘날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고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는 재산이 100조 원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부자이다. 우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그들의 재산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다. 실제로 제프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마존 주식 1조 원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의 우주 사업은 얼핏 디지털 빅브라더와 무관해 보인다. 단순히 로켓을 발사하고 우주 관광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감시와 상관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한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지구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이동통신사가 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오지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 워낙 통신 인프라가 우수하기 때문에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의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들처럼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 78억 명의 인구 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나머지 38% 인 30억 명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전반적으로 문명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의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아프리카 정글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 X의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스타링크’이다. 스타링크는 약 1만 2천여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202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출범하기 이전, 인류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총개수가 1만 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페이스 X의 비전이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블루 오리진도 스타링크와 유사한 카이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의 개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우리의 후손들은 하늘에 걸려있는 별 대신 인공위성을 더욱 친숙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미 수 백 개의 스타링크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어 천문학자들로부터 별을 관측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의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좀 더 구체화되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테슬라와 아마존에 이 서비스를 접목시키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스타링크와 연계되어 앞으로 테슬라 자동차는 자율주행 모드로 사막이나 정글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탑승자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재생되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며 편안하게 자동차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마존은 자율주행 드론을 통해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까지도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감시당하며 데이터를 제공해야만 최첨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페이스 X와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민간 기업의 참여는 우주 산업 발전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국가 간 우주 패권 경쟁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우주 전쟁에 열을 올렸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이 우주 산업 개발에 공을 들이며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성 인터넷이 기존의 유선 인터넷, 무선 인터넷을 잇는 정보 통신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화임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 텐센트, 차이나 유니콤 등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중국의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향후 스페이스 X,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미국 기업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출판사 웨일북과 계약을 맺고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책의 일부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스24 http://reurl.kr/213111B9DQ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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