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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7화
또 하나의 인연 고양이 딤섬이
고양이를 질투했다.
by
정민유
Feb 11. 2022
운명의 그 남자(현재의 남편)를 만나고 그의 첫 생일이
다가왔다.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이 되던 차에
' 맞다 그가 고양이를 키워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지?'
고양이를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난 절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을 거라 결심했었는데...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었고 난 그런 희생적인 사랑을 할만한 뜨거운 가슴이 없다는 걸 절실히 알아버렸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
희생적인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인지 배려심이 많고 이타적이었다.
누구보다 선한 마음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3개월 정도 되었지만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가 TV에서 아기가 나오는 걸 보고 있으면 난 괜히 안절부절못하고 그의 표정을 살피게 되었다.
중년에 만났으니 우리 사이를 연결해 줄
존재가 없었다. '어린 여자를 만났으면 자기 자식을 낳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 때면 그가 짠하고 안쓰러웠다.
고양이를 입양해서 자식처럼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렵게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추석날 오후 여동생과 펫 샵으로 향했다.
펫 샵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딱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
흰색 바탕에 연한 회색의 무늬가 세련되게 그려져 있고 눈빛깔은 신비스러운 푸른색이 살짝 나는 오묘한 느낌을 주는 스코티쉬폴드였다.
그리고 약간 슬퍼 보이는 애절한 눈빛으로 간절하게 날 바라보았다.
"나를 데려가 주세요" 하는 것처럼...
냥이들은 자기들이 먼저 집사를 선택한다고 했던가?
그 아이를 처음 본 순간 다른 고양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굴 모양이 약간 세모난 듯 딤섬을 닮았다.
그래서 그 아이 이름은 '딤섬'이 되었다.
그에게 사진을 보내니
"와~내가 그리던 딱 그 고양이야!!" 한다.
"이름은 딤섬이라고 지을까 봐요"
" 오오 좋아요 당신은 이름 짓는 데 재능이 있어요!!"
완전 흥분하여 하늘로 날아오를 듯 기뻐했다.
데려오기 전날 밤
그는 너무나 설레어서 잠을 못 자며
밤새 딤섬이와 대화를 나눴다.
"딤섬아~딤 섬아... 흐흐 딤섬 아!!"
" 아고.. 저 냥반을 어쩐담..."
그리고 딤섬 이를 데려오던 날
.
펫샵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얼굴은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마치 첫 자녀가 태어나서 만나러 가는 아빠의 모습 그대로였다.
펫 샵에 들어가 딤섬이를 만난 순간 그의 얼굴은 이 세상 누구보다 환희에 찼다.
"한번 안아보실래요?"
" 아.. 네에.. 그래도 될까요?"
펫 샵 사장님이 남편에게 딤섬이를 넘겨준 순간 딤섬이는 갑자기 뛰었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악~~~~~"
그리고는 잠시 기절을 했다.
남편은 넋이 나가 바닥에 주저앉아 거의 울기 직전이었고 난 너무 무서워 눈을 감고 소리를 질렀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우리에겐 그 높은 높이에서 뛰어내릴 거라는 건 상상조차 못 했기에...
바닥에서 그 예쁜 아기고양이가 머리를 부르르 떨고 있는 걸 보니 영락없이 무슨 일이 생겼구나.. 했다.
사장님이 들어 올려 어떻게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딤섬이는 다시 정신이 들었고 천진난만하게 걸어 다녔다.
"휴우.... 너무 다행이다. 진짜 어떻게 되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마 평생 자책할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이다.
" 얘는 명이 길겠어요. 이렇게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애들은 오래
살더라고요"
사장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남편을 보며
" 얘가 좋은 주인 만난 것 같네요" 했다.
사장님도 남편의 고운 성품을 느낀 듯했다.
이렇게 대단한 신고식을 치르며 딤섬이는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데려올 때까지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난 상상도 못 했다.
그날부터 남편의 딤섬사랑이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딤섬이만 졸졸 따라다니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눈빛으로 하트뿅뿅을 날렸다. 난 그런 모습에 뭔가 짜증이 나고 못마땅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언니 마음 같다는 걸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 좀 더 나중에 키우자고 할걸..' 후회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설마 내가 고양이에게 질투를 할 줄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근데 그게 엄연한 사실이었다.
침대에 올라오는 건 싫다고 했더니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딤섬이를 배에 얹고 잠을 잤다.
보다못한 내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 당신 진짜 너무 심하거 아니야?"
" 그럼 이 어린 게 혼자 쓸쓸할 텐데 어떻게 혼자 재워?"
"나도 외롭단 말이야.."
"알겠어. 당신하고 잘께"
남편은 그날부터 침실과 거실을 오가며 잠을 자게 되었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백기를 들었다.
결국 딤섬이는 당당히 침실로 들어와서 자게 되었고 나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딤섬이의 존재를 내 마음에 들여놓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딤섬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고양이를 너무 몰랐던, 애정결핍이 심했던 엄마여서 그랬어. 미안해... 딤섬아. 엄마가 이제 더 잘할게"
이렇게 딤섬이는 우리와 한 가족이 되어갔다.
(이 그림은 제가 그린 딤섬이를 안고 있는 나)
keyword
생일선물
아기고양이
남편
Brunch Book
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5
일본 여행에서 스나쿠를 접수하다.
06
영화를 찍고 온 홍콩 여행
07
또 하나의 인연 고양이 딤섬이
08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
09
남자 친구의 노가다 현장을 가다
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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