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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8화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
by
정민유
Apr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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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6일 수요일
우린 섬세한 마음결이 닮아있다.
작은 눈빛, 손짓,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고 말의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교묘한 심리전까지 꿰뚫어 본다.
언어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감한다.
마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인종이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정서적 결핍을 서로에게 충족받는 느낌이 든다.
목말라 있던 사람이 샘물을 먹고 갈증을 해소하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살이 닿고 쓰다듬는 걸 둘 다 너무 좋아하고 그것에서 접촉 위안을 얻는다.
바로 이게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다..
남편을 처음 만나고 1주일 되었을 때 쓴 일기다.
이 일기를 쓴 이유는 일주일을 만났을 뿐이지만
'이 남자는 뭔가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그 이유를 분석하고 싶어서였다.
"민유야 남편 어디가 좋은 거야?"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왜 좋은지 질문을 많이
했다. 나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럴 때마다 난 "꿈꾸는 듯한 눈빛이 좋아서"라고 대답하거나 "쿵작이 잘 맞아서.."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눈빛만 좋다고 사귈 수는 없지
않은가?
남편과 난 굉장히 민감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이런 특성을 "왜 그렇게 예민해?"라고 말하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결이 다른 사람들 일거다.
하지만 우린 만난 지 1주일 만에 이런 섬세함의 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남편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같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런 면들이 좋아서 자연스레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 않았을까?
지금도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하물며 내가 먹고 싶은 걸 먼저 알고 먹으러 가자고 한 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당신 초능력 있지? 이제 솔직히 말해도 돼. 맞지?"
그러면 "사랑하니까 느껴지는 거야"라는 대답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초능력이 있는 게 확실하다.
이런 정서적 연결감 때문에 서로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남편이 기분이 다운되면 나도 같이 기운이 없어지고 또 기분이 업되면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좋을 때야 물론 좋지만 뭔가 싸한 표정을 한 남편을 보면서 '왜 내가 영향을 받아야 되는 거야?' 하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해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래서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 의존성의 정도가 비슷해서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뭐든 함께 하길 원한다.
너무 붙어 다녀서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남의 편이어서 남편이라지만 남편은 한결같이 내 편을 들어주는 존재이다.
내가 평생 얼마나 간절히 원했었던가!!
이렇게 잘 맞으니 안 싸울 거다?
답은 물론 아니오
.
서로 비슷한 성향 때문에 다툴 때도 있다.
둘 다 소심 A형이라 진짜 속마음을 그때그때 표현하기보단 차곡차곡 쌓아둔다.
(상담사라고 별다르지 않다 ㅋ)
더 이상 쌓아놓기 힘들면 마음이 상해서 삐진다
.
그리곤 입을 딱 닫아버리고 말을 안 한다.
처음엔 내가 연상이니 달래고 풀어주려고 했는데
최근엔 나도 억울함이나 서운함이
쌓여서 같이 삐진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땐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기쁘지가 않다.
그렇게 미워 보일 때 난 남편이 얼마나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인지, 또 얼마나 날 사랑해 주고 소중하게 대해주는지 생각을 한다.
그러면 이미 마음이 풀어져버린다. 남편도 그때쯤이면 풀어져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카톡이 온다. 그러면 나도 못 이기는 척 "좋아"라고 바로 헤헤 거리며 까부는 우리.
이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단점보다 장점과 고마움이 훨씬 많은 사람이기에...
이제는 만난 지 4년이 되어오고 눈에 콩깍지도 떨어진 시점이기에 서로의 장점, 단점을 다 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의 색깔도 변해감을 느낀다. 다투는 횟수도 줄어들고 뜨거운 열정도 줄어들었다. 어떨 땐 연애 초기의 설레임이 그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성숙한 사랑이 깊은 사랑임을 알아가는 중이다. 지독히도 외로움을 타고 살았던 만큼 함께임이 소중하다.
늦게라도 그런 사람과 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
최근에 한 부부상담에서 상대에 대한 비난만 계속하는 남편에게
"그럼 아내가 잘하는 건 없나요?" 했더니 순간 깜짝 놀라며 멍해지는 것이었다.
본인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보느라 아내의 장점은 잊고 살았던 모양이다.
결혼 전엔 눈을 크게 뜨고 단점을 찾아보고
결혼 이후엔 단점엔 눈을 닫고 장점만 보고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
보통은 반대로 하는 분들이 많다.
"단점 말고 장점만 보기"
"비난과 지적질 대신 칭찬하기"
"많이 안아주기"
그게 바로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이다.
아주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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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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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6
영화를 찍고 온 홍콩 여행
07
또 하나의 인연 고양이 딤섬이
08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
09
남자 친구의 노가다 현장을 가다
10
나의 꿈인 심리상담카페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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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 아무 연고도 없는 강릉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강릉에서 노는 언니가 되었습니다. 중년 부부의 강릉살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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