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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3화
쿵작이 잘 맞는 INFP 커플
by
정민유
Feb 6. 2022
난 40대 이후 쭉 ENFP였다.
어릴 땐 전형적인 내향성이었는데 40살이 되면서 그동안 눌리며 살았던 것들이 분출되기 시작하고 잠재되어 있던 외향적인 면들이 드러났다.
어딜 가나 튀고 관심받는 걸 즐겼다. 개그본능도 있어서 톡톡 튀는 멘트로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다.
집에 있는 걸 힘들어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만났다. 약속이 없는 일주일을 보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만나고 2년 정도 흐른 시점에서 검사를 해보니 INFP가 나왔다.
1달에 한 번도 약속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모임에 가서도 굳이 튀려고 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남편도 처음엔 INTP였다. 대인관계에서 직설적으로 말해서 까칠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서 내면에 있던 따뜻함이 활성화되었나 보다.
나와 만난 지 2년 만에 INFP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쿵작이 너무 잘 맞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이 다 느껴졌다.
그래서 누군가 남편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같아서 좋다고 했었다.
그리고 섬세하고 배려심 많아 무엇인가 할 때 상대의 마음부터 살핀다.
"뭐 먹으러 갈까?"
"당신 먹고
싶은 거"
"이번엔 꼭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을 거야"
"
아니야
난 당신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좋아"
결국 난 남편 고집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디를 가나 같이 가고 서로
하루 종일 붙어있을 때가 많으니 이젠 속으로 내가 하는 생각을 남편이 먼저 말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장모님
댁 갈까?"
"지난주에
갔었잖아.."
"어머니 심심하실 것 같아서.."
"아니야 안 가도 된다니까"
"아버님 뭐 드시고 싶으실까?"
"맨날 비싸고 맛있는 걸 어떻게 사가? 오늘은 그냥 가자"
하지만 결국은 두 손 가득 맛있는 음식을 들고서야 가는 남편.
어린 시절부터 한 고집했었던 나이지만 유일하게 남편의 고집은 이길 수가 없었다.
사실
지난해 아빠가 위독하셔서 수술하시게 된 이후부터 거의 매주 친정에 가자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내 결혼을
탐탁지 않아하셨던 아버지도 이젠
"하나님께서
민유에게 딱 맞는 남자를 만나게 해 주셨다"라고 말씀하시게 된 것이다.
남편이 이렇게 우리
친정부모님께 잘 한 이유는 내가 부모님과 관계가 안 좋고 혹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마음에 한이 남을까?
싶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둘 다 소심 A형이어서 평소에 배려하고 참다가 똑같이 삐질 때가 있다.
그러면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투명인간 취급하며 말을 안 한다.
재작년 어느 날은 그 전날 밤에 싸우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난 KTX를 타고 강릉으로 혼자 떠나버렸다.
화가 풀린 남편의 카톡이 왔고 난 KTX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여기가 어디야?"
"KTX 안이지"
"뭐라고? 혼자 어딜 가는 거야?"
"바다 보러 강릉 가는데"
"허얼~~"
강릉 바닷가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사진이 띡 왔다.
강릉 오는 네비를 찍어서 보낸 것이다.
그걸 본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은 내가 앉아있는 카페로 들어와서 날 찾았다.
"날 두고 어딜 가려고?"
"아침에 사진 보고 깜짝 놀랐지?"
"진짜 깜짝 놀랐다!! 혼자서 강릉을 갈 줄은 몰랐다"
남편과 난 마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그렇게 우린 다시 만났고 맛난 오징어 찜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렇게 내가 휙 떠나오니 좋지?"
"그래 좋긴 좋다"
우린 정말
철들지 않은, 단짝 친구 같이 죽이 잘 맞는 닭살부부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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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결혼
Brunch Book
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01
당신의 뇌쇄적인 눈빛을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02
꿈꾸는듯한 눈빛의 남자
03
쿵작이 잘 맞는 INFP 커플
04
내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
05
일본 여행에서 스나쿠를 접수하다.
50대 신혼부부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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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 아무 연고도 없는 강릉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강릉에서 노는 언니가 되었습니다. 중년 부부의 강릉살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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