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낭 여행-2년 만의 신혼여행

자유시간: 이게 진짜 여행이지

by 정민유


3년 만에 해외여행을 왔으나 선택관광이 강요되는 분위기 때문에 여행 시작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는 걸 먼저 번 글에 썼었다.

그렇다고 계속 다운되어 있을 순 없지 않은가?


4일째 날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자유시간!!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중..

인피니티 풀이 있는 멋진 수영장에서 물놀이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난 노란색, 남편은 파란색 수영복을 갈아입고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백조 모양의 커다란 튜브가 있었던 걸 눈여겨봤었다.


질질 질~~ 끌어 우리가 자리 잡은 선베드로 가져왔다. 잠시 후 수영장 관리인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1시간에 100000 동(5천 원)을 내야 한단다.

기꺼이 내고 분홍 백조 위에 몸을 실었다.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천으로 천막처럼 가리고서 남편한테 수상가옥을 만들었다고 하니 부리나케 사진을 찍는다.



생각해보니 남편을 만나 3년 동안 물놀이는 처음이었다. 남편은 수영실력을 뽐내고 싶었는지 연신 자유형을 시도를 했으나 세 번 팔을 저으면 바로 일어났다.

"깔깔깔 세 번밖에 못하는 거야?"

"물안경이 없어서 그래..."

"암만 그래서 그런 거겠지 ㅋㅋ"

물놀이를 하면 마음도 어린아이 같아지나 보다.

남편 어깨에 매달려 물장구를 치는 내게

"물장구를 쳐야지 왜 자전거를 타?" 라며 놀린다.

물장구든 자전거든 뭣이 중한디.


물놀이를 마치고 호텔 카운터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안방 비치로 향했다.

2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하얀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단정한 차림이었다.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다시 불러달라며 한국말로 카톡을 보냈다.

아주 예의 바르고 친절해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이틀 전 먹었던 아이스 코코넛 커피 맛을 못 잊어 다시 찾아간 '돌핀'카페.

코코넛이 들어가 있는 슬러시 같은 커피 음료였는데 정말 시원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로 등극이요.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뜨거운 열대의 기운에 몸을 맡겼다. 나른함이 어느 소설에서 보았던 장면 같았다.

아까 그 택시를 불러 호이안 전통가옥이 있는 거리로 갔다.



전통가옥들은 노란색이 많았다. 진분홍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색의 대비가 원색적인 느낌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였기에 프랑스 건축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너무 더워서 계속 걷기는 힘들어질 때쯤 베트남 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씨클로를 타고 한 바퀴 도는데 1인당 200000 (만원)이라고 했다. 그걸 타고 관광객들을 헤치며 달렸다. 제법 바람도 불어왔다.


작은 상점들과 식당들이 즐비했고 너무 예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다 싫증이 날 때쯤 탔던 자리에 도착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괜찮은 식당을 찾던 중 '모닝 글로리'라는 곳이 눈에 들어와서 주저 없이 들어왔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고 음식 맛도 최고였다.

요리 3가지에 맥주와 코코넛 음료까지 시켜 먹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2만 5천 원밖에 안되었다.

음식에 까다로운 남편도 연신 "맛있다"를 연발했다.

역시 우리의 촉은 틀리지 않았음.

적당히 피곤해진 우린 전용 택시(?)를 불러 안전하게 호텔로 돌아왔다.

왕복 택시비는 3만 원 정도.


이렇게 자유시간을 갖고 난 후 남편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여보 이제 베트남은 자유여행으로 와도 될 것 같아"

"그러게 택시 기사도 너무 친절하고 음식도 싸고 맛있고 바닷가에 있는 호텔도 훌륭했어"

"또 아이스 코코넛 커피 맛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전신 마사지도 너무 싸고 시원했어"

"새벽에 우연히 보게 된 일출도 정말 환상적이었어"



우리의 수다는 밤새 이어질 기세였다.

여행 4일째 날에 가졌던 자유시간이 진짜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짜여진 일정에 맞춰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이렇게 만족스럽다니!!

그동안 선택관광 때문에 가졌던 불편한 마음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피곤하지만 그날 하루의 감동을 마음속 가득 품은 채 마지막 밤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