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시간만 나면 떠난다

선물 같았던 동해안 여행

by 정민유


우린 시간만 나면 떠난다.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든 떠난다.

자연의 수액을 맞지 않으면 우린 시름시름 생명력을 잃어가는 화초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작년 9월 남편 생일에 우린 또 떠났다.

목적지는 강원도 낙산해변.

작년 6월 새로운 사업체를 세 개나 오픈해서 적응하느라 우린 몸과 마음이 지칠 만큼 지쳐있었다.


호기 있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역시나 코로나로 생각만큼 운영이 잘 되지 않자 우린 말이 없어지고 짜증이 늘어만 갔다.


사실 여행을 떠날 에너지도 없을 만큼 소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남편 생일 기념 여행'이라고 계획을 세워놨으니 우린 떠났다.

별 기대도 없이..


"바닷가에 왔으니 해변은 가봐야지?"라는 남편의 말에 나도 마지못해

"그래... 가봐야겠지.."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느릿느릿 해변을 보러 걸어갔다.

그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차츰 바닷가가 가까워 올 즈음..

우리의 눈앞에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우와~~ 우와~~ 우와!!!!

탄성을 지르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풍경.

바다와 하늘과 구름이 마술을 펼친 듯이 파노라마처럼 360도로

둥글게 우릴 감싸듯이 펼쳐져 있는 모습!!!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고 사진에 담을 수도 없는 그 장관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한동안 넋이 빠져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하나님께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로해주시는 것 같았다

뜻밖의 생일선물을 받은 느낌..

떠날 때만 해도 이런 가슴 벅찬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못 했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많이 사랑하시나 보다..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셨네"

남편 표정도 숙연해졌다.





그다음 날 새벽 우린 눈을 뜨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새벽의 바다는 어제의 바다가 명함도 못 내밀 또 다른 장관으로 우릴 맞이했다.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

황홀했고 경탄했고 숙연해졌다.




마치 천지창조 같아!!!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감사와 사랑과 기쁨의 감정이 온몸을 감싸는 경험을 한 것이다.

천국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경치를 가슴에 새겨놓듯 오랜 시간 그 바다에 머물렀다.

온갖 미사여구로 이 장면을 묘사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이날 느꼈던 진한 감동을 글과 사진으로 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게 아무 대가 없이 선물을 준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선물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산타할아버지처럼...


단지 그곳을 찾아가기만 한다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바다야

너무 고마워~~

또 만나자...

사랑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