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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이혼녀와 50세 총각의 운명적 만남.

돌싱글즈3를 보며 느껴지는 마음.

by 정민유


어제 돌싱글즈3를 보았다.

돌싱글즈1도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이혼한 남녀들이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돌싱글즈 2 에서 결혼을 한 커플도 탄생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것 보면 이혼이 더 이상 숨겨야만 하는 비밀은 아닌가 보다.


우리나라의 혼인 대비 이혼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분들도 많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려는 분들도 많으니 이런 프로그램도 생겨나게 된 것 같다.

오히려 이혼, 돌싱이 트렌드인 느낌까지 들 정도다.



나도 돌싱으로 5년 이상 지냈던 경험이 있기에 자연스레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돌싱글즈3를 보고 놀랐던 건 연령 대가 더 어려졌다는 거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그런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니...


요즘 세대는 결혼 후 '아니다' 싶으면 이혼을 결정하는데 용감한 것 같다.

나도 결혼 후 1달 정도 되었을 때 이 결혼은 잘못된 선택이었구나.. 하고 느껴졌지만 그 당시 이혼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다.

아빠 이름에 먹칠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혼생활 내내 하물며 시집살이 6년을 할 때조차도 힘든 얘기를 친정에 가서 하지 못했다.

그냥 그게 이번 생의 내 인생이려니.. 했다.




정말 맞지 않는 사람과 지겹게 오래도 살았다.

27년...

그리고 드디어 51살에 이혼을 했다.

그 나이에 이혼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고 피 터지게 고민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이혼 이후에 어떤 감정적인 찌꺼기도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의무와 책임으로 가득했던 결혼생활을 마무리한 느낌은 그야말로 '온전한 자유로움'이었다.

회사생활을 했어도 27년 근속했다면 대단한 걸 텐데 퇴근시간도 없는 그 역할을 해낸 내가 대견하기도 했다.


커플, 부부상담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가 힘든 결혼생활과 이혼을 온몸으로 겪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을 준비하거나 이혼을 앞두고 꼭 상담을 통해 미리 예방접종을 하는 게 필요하다.



어제 돌싱녀들이 이혼한 이유를 얘기하는 시간.

경제적 문제, 외도, 시댁과의 갈등 등.

그 이야기들을 하며 참던 눈물을 흘리는 이혼녀들의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에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전 그냥 사랑받고 싶었던 거예요"였다.

내 마음도 똑같았었다.

여자로서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건 기본적이면서 강렬한 욕구다.

아내를 소중하게 사랑해주는 남편이었다면 다른 어떤 문제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나머지 삶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이혼할 당시 나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이혼하고 4년 정도 지났을 무렵 나의 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고' 포기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다 정말 운명처럼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촉이 발달한 우린 첫눈에 서로가 그런 존재임을 알아차렸다.



"55세 이혼녀와 50세 총각의 만남"을 주위에서는 곱게만 보진 않았다. 난 자녀가 셋이나 있었고 암수술도 했고 남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였기에.

하지만 우린 서로가 가장 맞는 사람이란 걸 처음부터 알았고 살아가면서 더 느낀다.


코드가 맞고 대화할 때 주파수가 맞는 사람.

함께 있으면 제일 편하고 신나는 사람.

서로가 똑같은 양과 강도로 사랑하는 사람.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존재론적 쓸쓸함을 채워주는 사람.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여행, 책, 영화, 음악)

배려심 많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

무엇보다 나에게만 친절한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 3년 정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사니 부모님이 최근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것도 나의 재혼을 반대했던 아빠조차.

"민유가 남편 사랑받고 사니 성격이 변했어.

참 밝고 명랑해지고 자신감 있어졌네"

남편도 마찬가지로 우울증과 불면증이 있었는데 날 만난 이후에 거기서 벗어났다.



우린 서로의 치료제였다.

사랑이란 약으로 우린 마음의 병든 부분이 치유된 것이다.


난 남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눔이 그 눔이야 별 남자 없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난 그 의견에 무조건 반대다.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이 확실히 있다.


자라온 환경(사회, 문화, 종교 등)

가치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삶을 대하는 태도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성향(mbti 등)

취미

식성 등..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나 능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

너무 다르고 반대이면 참 맞춰나가기가 힘들다.

비슷한 사람끼리 비교적 잘 맞는 것 같다고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긴 했다.


어떤 사람과 잘 맞을까? 생각하기 이전에 난 뭘 좋아하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아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재혼으로 가기 전에 두 번째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의 눈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사실 첫 번째 결혼의 실패 이유만 중요시하느라 다른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돌싱글즈에 나오는 돌싱분들이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녀/그들의 눈물이 그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꼭 만나게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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