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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탄생일

나의 두 번째 결혼식

by 정민유


요즘 남편과의 사랑이야기로 브런치북을 만드려고

글을 다듬고 있는 중인데 정작 중요한 결혼식 글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결혼한 지 1년 9개월이 되어오는 즈음 결혼식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2020년 10월 30일

우린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나이 들어하는 결혼인데 굳이 결혼식까지 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남들이 하는 거 다하고 싶었다. 나는 두 번째이지만 남편은 처음이었으니까..


웨딩플래너와 스드메도 계약하고 결혼식 장소도 마음에 쏙 드는 곳으로 정했다. 4~5시간에 걸쳐 웨딩촬영도 너무 재미나게 했다.

드레스 투어를 가서 50대 신부가 입기엔 좀 과감한 드레스로 정했다.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했다. 모두들 깜짝 놀라며 축하해 주셨다.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다.


그 당시 한참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거리두기를 하던 때였다. 다행히 결혼식을 17일 앞두고 거리두기가 1단계가 되었고 하객 100명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게 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은 친정아버지의 반대였다. 아버지는 내가 재혼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 딸들도 있는데 새로운 사람과 결혼하는 게 딸들에게 좋지 않다고 느끼셨나 보다. 게다가 5살 연하에 총각인 남편을 탐탁지 않아하셨다.

그걸 예상했었기에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미리 혼인신고를 해버렸다. 그리고 결혼식을 앞두고 남편과 인사를 하러 찾아갔다.


쭈뼛쭈뼛 들어가는 우리에게 호통을 치시며

"네가 무슨 자식이냐? 난 너 같은 딸 둔적 없다.

부모라고 생각 안 하니까 네 마음대로 그런 행동을 했지. 난 큰딸 없다고 생각할 거다"

"죄송해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아버지는 화를 못 참으시겠다는 듯 이번엔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비수를 꽂으셨다.


그걸 듣는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힘든 결혼생활을 했었는지 아빠가 아세요? 아빠가 좋다는 사람과 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시냐고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거 제일 큰 죄예요!!"라고 소리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항을 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간 사이 그 자리에 남겨진 남편은 자기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말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날 데리러 왔다. 못 이기는 척 다시 들어와서 아버지를 안으며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우시는 거다. 나도 눈물이 나왔다. 가족 모두 숙연해졌다.

다 함께 아빠가 좋아하시는 대게를 먹으러 가는 걸로 그날의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드디어 결혼식 날!!

저녁 예식이었다.
너무 존경하는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은 진행이 되었다. 모든 순서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우리가 직접 쓴 혼인서약서도 읽었다.

읽으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생각났는지 남편은 잠시 울컥했다.

남동생 가족이 우리 부부만을 위해 만든 곡으로 축가도 불러주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두 번째 결혼식을 할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었는데..

결혼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두려움이 사라질 만큼 확신이 생겼다. 특히 암수술을 하고 그 이후 방사선 치료 과정 동안 얼마나 옆에서 눈물겹게 챙겨주는지 감동을 받았다.

' 이 사람과 앞으로 남은 여생을 함께 하고 싶다'


딸들은 처음에 결혼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결혼을 한 큰딸은 엄마를 이해하고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주었다. 딸을 보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 딸은 오지 않았다. 엄마의 결혼식을 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언제 가는 이해해 줄 날이 오려나..?



이제 우리는 떳떳한 부부가 되었다.

결혼생활이 기쁜 일만 있지는 않겠지만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결혼 이후 다툴 때도 있고 서운한 마음에 삐져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잠시 시간이 지나면 스르륵 풀린다. 결혼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내 편인 존재가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은 건 소원했던 부모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친밀해졌다.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뵙게 되었고 이제는 부모님도 남편을 좋아하신다.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 주신 사람이란 걸 확신하게 된다.

서로에게 귀인 같은 존재이다. 늦게 만난만큼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며 성숙한 사랑을 하며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이다.

우리 딤섬이와 함께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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